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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선택지 많은 롯데케미칼, 왜 '증자 카드' 꺼냈나

'회사채·인수금융'도 같이 검토…2조 부채 일으키면 금융비용만 1200억

강철 기자  2022-11-17 14:44:22
롯데케미칼이 M&A와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채 기준 6%의 고금리로 대규모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보다 계열사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르면 이번주 이사회 열고 증자 승인

롯데케미칼은 경영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실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주에 안건을 승인한 후 곧장 주관사 선정을 비롯한 자본확충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자로 확보할 자금은 1조~2조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유력하다. 롯데지주, 롯데물산, 일본 롯데홀딩스 등 경영권 지분을 보유한 그룹사로부터 대규모 운영자금을 수혈받는 구조다.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일진머티리얼즈 M&A에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계약 체결에 맞춰 1조원은 보유 현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외부 조달로 충원할 계획을 짰다. 인수 대금은 3개월 후인 2023년 2월 지급할 예정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외에 자회사인 롯데건설에 투입할 지원 예산을 확보한다는 의중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사의 십시일반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여한 5000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롯데건설에 약 6000억원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M&A 개요 <출처 : 한국기업평가>

◇인수금융 금리 8~9% 달해

롯데케미칼이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2012년 12월 이래 유상증자로 유동성을 보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현금흐름이 경색될 때마다 은행 차입, 회사채·기업어음 발행 등을 단행했으나 주식이나 메자닌증권을 찍어 자금을 마련한 전례는 없었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과 복잡한 공모 절차를 감수해야 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조달 수단이다. 특히 증자 전후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주가는 경영진과 주주 모두 피하고 싶은 리스크다. 따라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이 아니고서는 조달 선택지에서 증자를 가급적 배제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도 증자보다는 회사채 발행과 인수금융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롯데케미칼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국내 IB도 증자보다는 회사채 발행과 인수금융에 초점을 맞춘 조달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증자를 결정한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금융비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개별 민평금리는 최근 5.5%를 넘어섰다. 이 민평에 스프레드 50bp를 가산한 6% 금리로 2조원의 부채를 일으키면 연간 1200억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과 맞먹는 이자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채권시장은 지난달 발발한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이달 초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는 공모 발행 자체가 끊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의 경우 보통 AAA 등급 금융채 민평에 추가 스프레드를 더해 금리를 책정한다"며 "만약 롯데케미칼이 지금 인수금융을 일으킨다면 금리가 최소 8~9%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비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달 수단은 결국 증자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지주를 비롯한 주요 주주와 증자 추진과 관련해 사전에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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