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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 AA-로 급락 신한지주, 우량등급 반증 '역설'

올해 회사채로만 3조 조달, 대규모 발행에 물량 부담..."발행 가능하다는 게 우량등급 입증"

강철 기자  2022-11-10 16:22:22
신한금융지주의 채권내재등급(Bond Implied Rating·BIR)이 같은 AAA 등급 발행사와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AA 신용등급을 가진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BIR이 AA-까지 하락한 곳은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다.

급격한 BIR 하락은 금리 급등기에 이뤄진 잦은 신규 발행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금같은 시장 냉각기에 공모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한금융지주의 우량한 크레딧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 가운데 AA- 유일

나이스P&I와 한국자산평가는 10일 신한금융지주의 BIR을 AA0로 평가했다. AA0는 신한금융지주의 실제 크레딧인 AAA 대비 두 노치(notch) 낮은 등급이다. 반면 KIS자산평가는 같은 날 세 노치나 낮은 AA-를 매겼다.

올해 6월까지 실제 등급과 동일했던 BIR은 7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을 시작했다. 나이스P&I는 7월 중순 AA+를 제시한 데 이어 10월 18일에는 AA0까지 BIR을 내렸다. 9월 말까지 AA+를 유지했던 KIS자산평가는 2주만에 두 노치를 강등했다.

BIR은 발행사의 신용 상태를 채권 유통시장 수익률과 스프레드를 기반으로 평가한 등급이다. 발행사의 채무 상환능력이 해당 채권의 수익률과 스프레드에 반영돼 있다고 가정한다. 유통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실제 등급보다 더 현실적인 지표로 통한다.

약 60곳에 달하는 국내 AAA 발행사 가운데 BIR이 실제 등급보다 낮은 곳은 신한금융지주 외에 한국전력공사,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정도다. 금융지주로 범위를 좁히면 BIR이 AA-까지 떨어진 곳은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다.

국내 채권시장에 BIR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신한금융지주의 실제 등급과 BIR이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인 적은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도 BIR이 AA-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이는 유통시장에서 신한금융지주 채권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신한금융지주 3년물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사상 최고인 5.7%까지 올랐다. 작년 2.3% 수준이던 금리가 불과 1년 사이 350bp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40bp 안팎이던 3년물 국고채와의 스프레드는 150bp까지 벌어졌다.



◇금리 떨어지면 BIR 제자리 찾을 듯

두드러지는 BIR 하락은 금리 급등기에 이뤄진 잦은 신규 채권 발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공모 회사채와 자본성증권으로만 약 3조원을 조달했다. 공모채로 2조원, 신종자본증권으로 1조원을 각각 마련했다. 전체 발행 회차만 약 20회에 달한다.

회사채를 비롯한 주요 실물 자산의 금리는 올해 내내 올랐다. 그 결과 신한금융지주의 발행 금리도 매 회차마다 상승을 거듭했다. 올해 2월 2.8% 수준이던 3년물의 확정 금리는 4월 3.6%, 7월 4.1%, 10월 5.5%를 거쳐 최근 6.1%까지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발행이 이뤄질 때마다 그 시점의 민평금리가 해당 기업의 BIR에 반영된다"며 "올해 내내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발행이 잦은 기업일수록 민평금리와 실제 신용등급에 합당한 이자율과의 괴리가 커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금채도 민평 대비 +50bp에 낙찰이 되는 유례없는 업황이라 신규 발행에 따른 BIR 하락을 기업이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며 "BIR 유지 관점에서만 놓고 보면 지금같은 장에서는 신규 발행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BIR 하락과 별개로 신한금융지주가 현재 업황에서도 발행을 지속하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은 흥국생명 콜옵션 논란으로 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임에도 채권을 인수할 투자자 섭외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신한금융지주의 독보적인 크레딧 위상을 방증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시국이기 때문에 BIR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며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원체 우량한 기업이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BIR 역시 금방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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