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호황기를 구가했던 금융지주사들이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며 초고속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긴축 모드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에 따른 리스크는 과거보다 크고 다양해졌다. 더벨은 매크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각 금융지주사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매크로 변수에 대응하는 신한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자본비율 관리다. 리스크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사의 경영 안정성을 높일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 자본비율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상승세를 보이던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자본비율은 올 들어 하락 반전했다. 대출자산 증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맞서 기본자본과 보통주자본 등 핵심자본을 늘리는 데 난항을 겪었다.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모두 올해부터 자본비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자본비율은 올 9월 말 기준 총자본(BIS)비율 17.52%, 기본자본(Tier1)비율 14.72%, 보통주(CET1)비율 13.98%를 각각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BIS비율은 18.23%, Tier1비율은 15.62%, CET1비율은 14.77%를 각각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자본비율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BIS비율은 지난해 말 16.20%에서 올 9월 말 15.8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Tier1비율은 14.94%에서 14.60%로, CET1비율은 13.10%에서 12.66%로 각각 하락했다.
이태경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올해 자본비율의 감소는 금리상승, 환율상승으로 인한 시장효과에 기인하며 이는 주요 지주사 및 금융권 모두에게 해당되는 상황”이라며 “경상기준 자본비율은 견고한 수익창출 아래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위험가중자산도 수익자산 위주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2020년 9월말 바젤3 신용리스크 부문의 조기도입으로 인해 당시 자본비율이 크게 상승(2020년 6월 15.49%→2020년 9월 18.77%)했다”며 “현재 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나 규제비율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년에 금리상승, 환율변동성, 시장·운영리스크 부문의 바젤3기준 도입 등 영향으로 자본비율의 하락이 불가피하므로 적정 수준의 성장을 통해 건전성 및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본비율 하락은 늘어나는 RWA에 대응해 자본을 적절히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RWA는 지난해 말 177조2693억원에서 올 9월 말 198조566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리스크 RWA가 154조4701억원에서 175조6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시장리스크 RWA는 12조201억원에서 12조2853억원으로, 기업리스크 RWA는 10조7792억원에서 11조2747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보통주자본은 지난해 말 26조1866억원에서 올 9월 말 27조7497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은 27조6837억원에서 29조2294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총자본은 32조3135억원에서 24조789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신한지주도 마찬가지다. RWA는 지난해 말 270조6922억원에서 올 9월 말 301조915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보통주자본은 지난해 말 35조4696억원에서 올 9월 말 38조225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은 40조4355억원에서 44조900억원으로 늘었다. 총자본은 43조8634억원에서 올 9월 말 47조9773억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자본비율 하락과 그에 대응하는 전략은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신한지주를 중심으로 대폭 강화한 주주환원책을 두고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CFO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
이 부사장은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정례화, 자사주 취득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이는 견고한 수익창출로 유입된 자본 내에서 주주환원에 배분하는 건으로 당사는 발생한 수익범위내에서 성장 및 주주환원에 적정배분하는 내부관리기준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 부행장은 “기본자본 및 보통주자본 등이 매 분기 꾸준히 늘어나면서 대출자산 확대에 따른 RWA 증가에 맞춰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 왔다”며 “그러나 잇따른 주주환원책 등을 통한 자본적 지출과 리스크 관리 비용 증가로 인한 순이익 감소 등 자본항목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비율 감소의 원인을 두고 이 부사장과 정 부행장이 이견을 보이는 것은 각자 CFO로서 방점을 두고 있는 이슈가 조금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사장은 신한금융그룹 전체 자금 조달 및 관리와 IR, 회계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다만 그는 그룹 전체의 조달 등 재무관리 이슈와 IR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신한지주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진행한 조직개편에서 CFO 산하 회계본부를 신설하면서 이 부사장의 역할은 IR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그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대외 IR 활동 보폭을 넓히는 한편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실천하는데 주력해왔다. 대신 회계관리 등은 김태연 본부장이 주도했다.
신한은행 CFO인 정 부사장은 이 부사장과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재무와 회계 뿐 아니라 경영전략 전반을 컨트롤한다. IR보다는 조달과 운용 및 영업전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자본비율이 다소 둔화된 것은 최근 몇 년 진행된 급격한 자산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 최근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인한 RWA의 증가세에도 일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정 부행장은 “자본적정성 등 유지를 위해 바젤3 신용리스크 부문의 조기도입으로 생긴 자본비율의 여력을 활용하여 작년과 올해 적극적인 자산성장을 추구했다”며 “내년에는 속도조절을 하여 적정한 수준의 외형성장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화자산금액 증가 및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는 자본비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에 따라서 당행은 외화자산의 급격한 증가를 억제하는 등 속도조절을 통해 적정수준의 외화자산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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