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지주사 해외 IR 분석

조용병 회장, '지속성·투명성' 무기로 장기투자자 투심잡기

③북미·유럽·아시아 지구 한바퀴 적극 행보…CEO IR서 한국경제 질문쇄도, 외교관 역할 '톡톡'

김현정 기자  2022-06-14 16:27:57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IR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지속성'과 '투명성'이다. 장기투자자들은 오랜 관찰 끝에 투자를 결정하기에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를 지지해야 한다. 과도하게 포장된 정보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신한금융의 정보가 국내보다 밝지 않은 해외투자자들의 투심을 잡기 위해선 항상 담담하면서 진솔한 태도로 응해야 한다.

발걸음은 다르다. 더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올해도 바쁘게 지구 한바퀴를 돈다. 이미 캐나다·미국·북유럽·영국·싱가포르를 커버했다. 하반기 한번 더 북미 및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투어도 계획 중이다. 올 들어 외인 투심이 눈에 띄게 살아나는 가운데 신한금융의 바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꾸준함이 생명...올해도 북미·유럽·싱가포르·말레이시아 ‘지구 한바퀴’

신한금융지주가 지난달 중순 엔데믹 본격화에 발맞춘 CEO IR 행선지로 유럽을 먼저 택했던 건 ESG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유럽연합(EU)이 ESG 관련 원칙들을 규제에 반영토록 하는 등 미주보다 ESG가 좀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ESG 선도적 포지션을 갖고 있는 신한금융이 북유럽과 런던 쪽 투자자들을 우선적으로 만난 이유다.

유럽을 시작으로 남은 올 한해 더욱 활발한 해외 IR 활동들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22일까지 조용병 회장이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을 방문했고 바로 잇따라 23일부터 신한지주 CFO가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에 다녀왔다.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는 CFO가 싱가포르로 건너가 씨티 컨퍼런스에 참석해 투자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밖에 조 회장은 하반기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다시 한 번 찾을 예정이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출장도 검토 중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엔 일 년에 3~4회 정도 해외 출장 일정을 잡곤 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늦게 시작했지만 최소한 2~3회는 출장 계획을 세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IR을 오랜 만에 나가면 사실 소통의 내용 자체는 다를 게 별로 없는데 더 친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며 “화면상으로는 버그가 생기기도 하고 대화가 핵심으로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면을 하게 되면 면담 전후의 스몰토크 등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그 시간의 친밀함을 높인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가량 코로나19 사태와 신한지주 증자 이슈로 부진했던 외인 투자가 올 들어서 고공행진을 거듭 중이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 사태로 2020년 초반 신한지주 외국인 투심이 위축됐고 그 해 10월 진행된 유증을 계기로 사실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섰다. 코로나19 직전 66%에 이르던 외인 비율이 당시 54%로 감소하기도 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IR팀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배경 설명으로 투심을 돌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반기배당에 이은 선제적 분기배당 정책, 자기주식 소각 등 갖가지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루면서 점차 외인 투자를 개선시켜나갔다.

올 들어서는 세계긴축이 은행주들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신한금융의 이익 개선에 더해 그간 주주환원 정책들이 빛을 보고 있다. 올 1분기 역대 분기 순이익을 갈아치운 신한금융은 이익의 질적 측면에서 사실상 남부러울 것 없는 성적을 거뒀단 평을 받는다.

은행·비은행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체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은 40.7%로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다. 이에 더해 지난달 아시아신탁의 완전 자회사화, 이달 10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까지 마무리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해외 투심들도 이같은 신한금융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0일 기준 신한금융의 외인 지분보유량은 62.6%를 나타내고 있다. 신한금융 주가 역시 그동안 타 은행주 대비 회복세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4만30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저력을 보이고 있다.



◇CEO가 ‘민간 외교관’...조용병 회장 한국 거시경제·규제당국 우려 불식 나서

조 회장은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CEO로 잘 알려져있다. 해외에서는 CEO들이 IR에 직접 나서는 일들이 일반화돼있지만 국내 기업 CEO들은 대개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조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과 객관적인 평가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등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자다.

최근 유럽 IR 이후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조 회장이 NDR을 진행한 뒤 덴마크 노디아은행(Nordea) 지분이 늘어난 것. 그동안 신한 IR팀에서 노디아은행과 컨택을 해왔고 이번 유럽 IR에서 조 회장과 처음 접견을 했는데 바로 추가 매입으로 이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밖에 런던에서 노르웨이중앙은행 노지스뱅크(Norges Bank) 런던 오피스 관계자들과 기타 신규 투자자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 IR팀이 주로 공략하려는 투자자들은 롱펀드들이나 액티브 펀드들인 만큼 이들과의 지속적 관계를 중시한다. 신한 지분을 오랫동안 들고 있으려는 투자자들은 한 번의 판단으로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관찰의 시간을 거친다. 신한금융 역시 이에 부응하며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이 평소 해외 IR에 지속성과 투명성을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신한 관계자는 “해외 IR이란 게 한 순간의 어떤 면담으로 갑자기 움직이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쌓여야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신한지주는 한국의 대표적 금융주인 데다 글로벌 펀드에서 한국이 EM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늘 워치리스트에는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EO가 움직이는 IR의 대화 주제는 좀 더 깊다. 조 회장이 나선 대면 자리에서는 신한금융이란 회사의 정보보다 신한금융을 둘러싼 한국경제 상황과 한국 금융당국의 스탠스에 대한 질문이 더 주를 이룬다.

최근 유럽 IR에서도 조 회장에게 한국경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정권 교체기의 모습들, 코로나19 이후 규제 당국의 방침 등에 대한 질문들이 봇물을 이뤘다고 한다. 국내 경제의 탄탄함과 규제 정책의 합리적 배경 등을 어필하는 조 회장의 모습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관계자는 “재무실적은 실무 레벨에서 늘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부분이고 CEO IR에서는 신한금융을 둘러싼 대환경 등 좀 더 큰 그림을 들려주게 된다”며 “규제 당국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을 많이 해서 내놓는 것이고 서로 충분한 협의와 이해의 과정이 녹아있다는 정보 등을 전달하면서 신한금융과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