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중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이사회에 등재시키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가총액 순위가 높을 수록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6일 더벨이 시가총액 1~50위 기업을 조사한 결과 각 기업의 CFO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우는 총 22건(44%)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8곳의 기업은 CFO가 미등기임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등기임원' CFO 44%…삼성·현대차·LG '조명'
시가총액 1·2위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CFO이 모두 이사회에 참여한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과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전무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역사적으로도 사내 재무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곳으로 꼽힌다. 박학규 사장의 전임 CFO였던 최윤호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삼성전자 CFO 시절 이사회의 일원이었다. 2017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구속됐을 때에도 당시 CFO였던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2018년 이사회 의장직에 선임되기도 했다.
LG그룹은 CFO를 이사회에 선임하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지주사 ㈜LG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전자 등 계열사들 대부분이 CFO들이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다.
현대차 역시 LG그룹과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CFO들이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임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 정원을 채우면 사내이사로 포함될 수 있는 임원들이 굉장히 한정적인데 그럼에도 CFO들이 사내이사진 중 한 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몇 자리 안되는 사내이사진에 CFO를 넣는다는 건 해당 회사에서 CFO 및 재무 라인 인사들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순위 최상위 그룹에 속하지만 CFO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빈도 수가 비교적 적은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지주사 SK㈜를 비롯해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CFO들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업계는 SK그룹 CFO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를 SK그룹 특유의 이사회 구조에서 찾는다. 상법 상 자산총계 2조원인 기업의 경우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여기에 SK그룹은 각 계열사와 지주사 간 가교 역할을 위해 지주사 혹은 그룹 핵심 인물들을 계열사에 비상무이사로 파견한다. 대부분 이사회에 참여하는 CEO와 함께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CFO들이 드물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시가총액 순위·CFO 위상은 '비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역시 이사회에 CFO가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다. 서영호 KB금융 전무와 이태경 신한지주 부사장,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시가총액이 50위에 가까워 질수록 CFO들의 이사회 참여 빈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6일 기준 시가총액 26위(현대중공업)부터 50위(현대글로비스) 중 CFO가 이사회에 등재된 경우는 총 7곳(28%)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1위(삼성전자)부터 25위(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25곳 중 15곳(60%)으로 차이를 보인다.
이사회에 포함된 CFO 7인(방경만 KT&G 수석부회장,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홍성우 삼성화재 부사장, 김창태 LG이노텍 전무,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전무, 김영선 현대글로비스 부사장) 중에서도 삼성·LG·현대차그룹 CFO를 제외하면 방경만 수석부회장과 이상목 전무만 이 사례에 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 금고지기 역할만 담당했던 CFO들이 최근에는 여러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사내 위상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라면서 "기업집단 순위가 높은 곳의 계열사 CFO들이 낮은 곳의 CFO보다 이사회 참여율이 높은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