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로펌 빅7 M&A 전략

이준기 태평양 변호사 "동반자로 롱텀 신뢰 관계 다진다"

②'26년 터줏대감' 기업법무그룹장, BKL ESG랩 총괄 맡아

임효정 기자  2022-06-15 15:13:36

편집자주

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1999년 SKC의 가공필름사업 일부가 미국 ITW사로 매각됐다. SKC는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기능성 필름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 태평양이 있었다. 해당 딜은 통상적인 M&A와 달리 언아웃(Earn Out) 방식으로 이뤄졌다. 언아웃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으로 향후 실적에 따라 가치를 다시 따져 매매대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SKC의 가공필름사업 매각 딜은 국내에서 이뤄진 첫 언아웃 방식의 M&A로 꼽힌다. 당시 딜을 주도한 건 4년차 어쏘시에이트 변호사였다. 4년차에 딜을 맡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차별화된 방식으로 M&A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현재 태평양에서 기업법무그룹장(Corporate/M&A)을 맡고 있는 이준기 변호사 얘기다.

◇1996년 태평양 입사, 국내 언아웃 딜 최초 시도

이준기 변호사는 1996년 입사 후 26년간 태평양에 몸담은 터줏대감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업무집행변호사(COO)를 역임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기업법무그룹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이준기 태평양 변호사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 변호사는 "1999년 SKC 딜은 개인적으로도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4년차에 자신감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해당 딜로 인해 SK그룹의 리스트럭처링에도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보람이 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M&A 자문을 시작한 건 IMF 이후다. 국내 기업간 거래가 주를 이뤘던 M&A 시장에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서 인수합병 수요가 한층 높아진 때였다.

무엇보다 역동적인 매력에 끌렸다. 이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게 M&A변호사의 역할인데 그 과정에는 창의력, 순발력도 요구된다"며 "물론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반년 밤잠을 설치면 일을 하는 탓에 몸은 고됐지만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이뤘을 때 느끼는 보람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글로벌 로펌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통 강호다. GS건설의 스페인 수처리 업체 이니마 인수 딜이 대표적 사례다. 2012년 유럽 경제 위기 당시 이니마가 매물로 나왔다. 수처리 기업은 당시 선진국 내에서만 있었다. 이 때문에 관련 자문 실적을 가진 국내 로펌은 전무했다. 태평양이 GS건설의 인수 자문을 맡은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그는 "아웃바운드 거래에 있어서는 해외 현지 로펌 주도 하에 한국 로펌이 코디네이션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당시 이니마 인수건은 해외 로펌 없이 상대측의 링크레이터스(Linklaters)와 직접 협상해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세계 10대 수처리 기업을 인수한 것도 이슈였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계 로펌없이 유리한 협상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태평양의 자부심은 더 컸다.

◇디지털 전환 속 M&A 수요 지속, 고객 중심 가치 철학 최우선

"과열된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이다. 다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산업재편, 공급망 이슈로 M&A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이 변호사의 M&A 시장 전망이다.

그는 "2000년 닷컴버블과는 달리 이미 디지털 전환의 흐름은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다"며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한 M&A 수요는 무궁무진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SG에 영향을 받는 M&A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양은 전담 조직인 ESG랩을 출범, 현재 이 변호사가 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아직은 초기 단계로 ESG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점검을 많이 하고 있다" 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춰 에너지, 천연자원 분야에서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가 M&A 자문을 하는 데 있어 우선시 하는 가치는 '고객 중심'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는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어떻게 도와주고 달성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밸러스를 잡아주는 것도 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그는 "협상에서 클라이언트가 위축돼 있으면 자신감을 주고, 과한 자신감이 있을 땐 리스크를 강조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동반자의 역할을 해내며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