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종로 시대를 연지 2년이 지났다. 빌딩에 들어서면 태평양 로고가 길을 안내한다. 여느 사무실과 다르지 않다. 26층에 위치한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화려한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다. 탁 트인 공간으로 구성한 덕에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뷰를 담을 수 있다. 가장 높은 층이면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장소를 고객을 위해 내어준 셈이다.
회의실의 모습을 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태평양은 고객을 맞는 회의실에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위압감 대신 편안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하지 않은 인테리어이지만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는 최고급으로 세팅했다. 고객에게 편안함을 주면서도 일에 있어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태평양의 '고객중심'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파트너십·맨파워 경쟁력, '고객이 우선이다' 가치 실현
태평양은 많은 딜을 맡기보다는 랜드마크 딜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로펌으로 꼽힌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해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를 다수 자문했다. '실력'은 물론 '신뢰'를 받는 로펌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인수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 매각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등이 모두 태평양을 거쳐 갔다.
탄탄한 파트너십은 태평양의 경쟁력 중 하나다. 이 역시 '고객이 먼저'라는 가치에서 출발했다. 우선 모든 딜을 오픈한다. 해당 분야에 가장 적합한 인력을 투입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고객 중심이란 철학에 공감해 파트너 간 합의로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태평양이 플랫폼 M&A 섹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파트너십이 주효했다. 전담 인력을 투입해 전문성을 높였다. △딜리버리 히어로의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인수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 △어피니티의 잡코리아 인수 △무산사의 스타일쉐어·29cm 인수 △딜리버리 히어로의 요기요 매각 등을 자문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맨파워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M&A전담 조직 내 200여명의 변호사가 속해있다. M&A 변호사에게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두루 경험을 쌓게 해주면서 내부적인 교육도 병행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표준 모범이 될 만한 M&A 사례는 빠르게 공유한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신입 변호사들은 여러 사례를 빠르게 숙지해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중국 시작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올해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
'고객이 원하면 한다'는 게 태평양의 모토다. 이는 해외시장으로 네트워크를 넓히고, 글로벌 로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태평양이 중국에 진출한 시점은 2004년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중국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때였다.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 투자를 활발하게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태평양을 움직인 요인은 단 하나 '고객이 필요로 하면 해외라도 간다'였다. 2004년 북경사무소를 시작으로 처음으로 중국을 발을 내딛은 로펌이 됐다.
도전은 성과로 이어졌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중국팀을 구성한 태평양은 현재 중국기업의 인바운드 투자(기업인수·부동산) 가운데 약 70%이상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두바이, 상가포르 등 9개 지역에 해외사무소 혹은 현지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도 독보적이다. BKL 동남아시아팀은 지난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R&D 센터 개발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 포스코 베트남 자회사 SS VINA의 구조조정, 아샘자산운용(ASAM Asset)의 베트남 회사채 발행 등 여러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 결과 베트남 현지 로펌과 겨뤄 5년 연속 '올해의 딜'을 석권했다.
다음 타깃은 싱가포르다. 태평양은 싱가포르 사무소의 개소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연락 데스크를 현지 법인으로 격상해 다각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태평양 아시아 업무를 리드하고 있는 양은용 변호사가 상주하며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산업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M&A 인력의 역량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게 태평양의 올해 중점 과제다. 규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시대 변화에 따라 BKL ESG랩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ESG랩은 이준기 변호사를 필두로 M&A, 환경, 금융, 노동 등 전문가가 포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