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법무법인 율촌(律村)은 국내 대형 로펌들과 비교해 후발주자지만 매년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발 빠른 시대흐름 읽기는 율촌의 가장 큰 성장 비결이 됐다. 열정 있는 젊은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조기에 사모투자펀드(PEF) 분야 업무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율촌은 앞으로 제도적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통해 M&A 분야 자문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국내 대형 로펌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 현지 사무소를 마련한 선구안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유능한 인재 영입에도 꾸준히 힘쓴다.
◇IMF 변화 맞춰 다양한 거래 예상, PE 분야 일찌감치 주목해
율촌은 '뜻을 모으고 실력을 합쳐 법률가의 마을을 세우다'는 의미를 담아 1997년 설립됐다. 김·장 법률사무소(1973년), 법무법인 광장(1977년) 법무법인 세종(1983년) 등 국내 대형 로펌의 설립 시기와 비교하면 다소 출발이 늦었다. 후발주자였던 율촌은 삼성동 섬유센터 한 개층의 절반 규모였던 사무실을 삼성동 노른자 땅 파르나스타워 꼭대기로 확장했다. 30명이던 국내 변호사 인력은 700명 가까이 불었다. 매년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에서도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M&A 메이저 자문사다.
율촌의 성장 비결은 발 빠른 시대흐름 읽기였다. 사무실을 열자마자 외환위기(IMF)가 닥쳤다. 국가적 위기였지만 이제 막 문을 연 로펌엔 오히려 기회기도 했다. 외국 자본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M&A 기회는 물론이고 부실 채권이나 구조조정 업무 등 거래가 폭증했다. 율촌은 합작투자나 기술도입 계약 등 다양한 거래를 예상하고 대응하면서 꾸준히 업무를 활성화했다.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 M&A 자문 역량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됐다.
사실 율촌은 전통적으로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CNF(Corporate&Finance) 분야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실력만큼은 쟁쟁한 변호사들로 M&A 자문팀을 채웠다. 또 이들이 M&A 분야에만 주력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윤희웅 대표 변호사를 비롯해 은성욱·김기영·박재현·이진국 변호사 등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M&A 자문에만 주력해온 CNF 분야의 주역들이다.
율촌은 국내 대형 로펌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 있는 젊은 구성원들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이들은 일찌감치 사모투자펀드(PEF) 분야 업무에 눈을 떴다. 동시에 이들이 본격적인 M&A 플레이어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율촌은 자본시장법(사모펀드법) 도입 등 제도적 토대에 대응해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사모펀드법 맞춤형 설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거나 변호사 인력을 뽑는 등 방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서 PE 분야 기반을 닦았다. 이는 머지않아 율촌 M&A 분야 성장의 한 축이 됐다.
◇제도적 변화, 새로운 기회로 바라봐…국내 유일 러시아 사무소 운영
율촌의 CNF 분야는 크게 1부문과 2부문으로 나뉜다. 1부문은 대기업이나 전략적투자자(SI)의 M&A를, 2부문은 PE 분야 M&A를 각각 담당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전문성을 위한 구분이며 명확한 선가르기식 업무를 지양한다. 1부문에선 보험이나 금융기관쪽 M&A 업무를, 2부문에선 부동산 거래 및 자문, 금융·선박금융·항공금융 등 업무를 함께 처리한다. 양 부문을 합치면 M&A 파트너(Partner Lawyer) 변호사는 40여 명, 어쏘(Associate Lawyer)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1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율촌은 M&A 자문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낌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는 그동안 율촌의 성장 방식이었던 발 빠른 시대흐름 읽기와 일맥상통하는 전략이다. 율촌은 특히 미래 자동차나 반도체, 배터리 분야 그리고 메타버스,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게임 분야를 눈여겨 보고 있다. 제도적 변화에 따라가며 후발적으로 대응하기보단 사전 연구 혹은 제도의 틀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등 방식으로 선제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는 율촌을 비롯한 로펌 앞에 놓인 기회다. 율촌은 제도적 변화야말로 새로운 기회라는 확신 아래 다양한 TF 설립 계획에 맞춰 입법 시스템 내 참여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제도의 틀을 만들어내면서 어떤 새로운 업무가 만들어질지 사전에 예측하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의 성장세도 주목하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뿐 아니라 음원이나 미술, 부동산에 대한 조각 투자 등 새로운 방식의 투자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투자와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투자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다른 법 제도 규제 등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형 로펌 중 유일하게 러시아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단 사실도 흥미롭다. 율촌은 2008년 내부에 러시아팀을 운영하다 2015년 3월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당시는 크림반도 병합 사태(2014년)가 발생한 직후였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상당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향후 미국과 유럽의 제재 등으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 율촌 러시아 사무소에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율촌은 이미 7년여간 이들의 제재가 현지 기업에 미칠 영향과 시장 상황에 관해 자문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율촌의 선제적인 시대흐름 읽기가 빛난 사례다.
율촌은 늘어나는 M&A 수요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에 대한 투자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엔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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