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2003년 화백과 우방 두 로펌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하우스가 화우다. 2006년 법무법인 김신유를 통합하며 빠르게 사세를 키웠다. 젊은 인력이 중심이 돼 움직이는 만큼 역동적인 로펌으로 꼽힌다.
M&A 섹터 역시 30~40대 전문 변호사로 조직이 꾸려졌다. 김상만 변호사는 2008년 화우에 합류한 이후 M&A팀의 주요 인력으로 자리 잡은 인사다. 현란한 언변을 앞세우기 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하고 고민하는 데 열중한다.
신사업 진출에 대한 니즈로 M&A 수요는 이어질 것이란 게 김 변호사의 시장 전망이다. 대기업과 PE는 물론 벤처기업의 니즈에 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2008년 합류 후 M&A팀서 활약,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 자문 맡아
2000년대 이후 로펌 대형화 흐름이 가속화되자 화우 역시 합종연횡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김상만 변호사가 밖에서 본 화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로펌이었다. 제 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을 거쳐 2008년 화우에 입사했다.
김 변호사는 "역동적으로 커지고 있는 로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며 "입사해서 같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에코프라임PE 컨소시엄의 한진중공업 인수자문 △연합자산관리-KHI컨소시엄의 STX조선해양 인수자문 △Uni-President Enterprises의 웅진식품 인수 자문 △포스코플렌텍의 투자유치(경영권 매각) 자문 등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설립의 자문을 맡았던 2019년 당시는 그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하다. 가장 힘든 딜이었기에 보람도 컸다. 현대자동차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탁 생산을 목적으로 광주광역시와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설립한 프로젝트였다. 민관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합작법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컸다.
장기간의 프로젝트였다. 킥오프 미팅을 가진 시점은 2019년 1월경이다. 그 해 9월 말에 합작법인이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9개월간 업무에 투입된 셈이다.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대차와 광주시는 물론 산업은행과 광주은행, 협력사와 지역 건설사 등 지분 투자자로 들어간 법인이 35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뜻이 맞는 개인이나 회사 간 합작 동업이 아니라 산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딜과 달리 협상 과정에서 절충안을 찾아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적 특성에서 해당 모델을 처음 출범시켰다는 데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양측 득 되는 M&A 추구, CVC로 틈새 공략"
장기 프로젝트인 M&A 업무가 쉬울 리는 없다. 다만 뒤에 맛보는 보람이 크다. 그가 M&A 변호사로 지치지 않고 업무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배경이다.
M&A는 승패가 있는 소송과는 다르다. 딜이 마무리되면 매수·매도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이 있다. 김 변호사는 "소송은 한 쪽이 이기면 상대는 질 수밖에 없다"며 "M&A는 딜이 종결되면 매각 측은 엑시트를 하게 되고 매수 측은 새로운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딜 이후에 얻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이기는 게임이 되기 위해선 딜을 마무리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사전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해야 고객이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에도 국내외 PE가 여전히 M&A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와 큰 변화없이 PE가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목말라하는 대기업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며 M&A시장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가속화 시켜주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화우가 국내 로펌 가운데 최초로 CVC 컨설팅 팀을 신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변호사도 해당 팀에 소속돼 CVC 컨설팅은 물론 M&A 주요 플레이어인 대기업과의 접점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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