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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빅7 M&A 전략

은성욱 율촌 변호사 "산업변화 선제적 대응해 자문역량 키울 것"

②지주사 전환·대기업 딜 주력, M&A 시장 성장 확신

서하나 기자  2022-06-15 15:14:32

편집자주

IMF 사태로 인수합병(M&A)시장은 한차례 전환점을 맞는다. 국내 주요 로펌이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M&A 자문 섹터로 이동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이제는 엄연한 로펌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고 자문 경쟁력이 곧 시장 순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더벨은 빅7 로펌의 M&A 전략과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법무법인 율촌(律村)이 성장해온 DNA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었다. 국내 대형 로펌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단기간 성장해 주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은성욱 율촌 변호사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법원 대신 율촌행을 택했다.

은 변호사가 바라본 앞으로 율촌이 가야할 방향은 명확하다. 자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성장 여력이 크고 급변하는 산업군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선제적으로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법이나 규제에 대응한다는 게 율촌의 향후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법원 대신 율촌 M&A팀서 활약, 지주사 전환 업무 주력

은성욱 변호사(사진)는 2000년 법무관을 마친 뒤 곧바로 율촌에 합류했다. 사법고시를 볼 때부터 법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갑자기 터진 외환위기(IMF)로 여러가지 경제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방향을 틀었다. 법조인 입장에서 로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M&A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수요가 열릴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은 변호사는 "당시 율촌엔 우창록 대표변호사(현 율촌 명예회장) 등 실력이 뛰어난 설립자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주니어 변호사의 비중이 높아 빠르게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성장하는 조직에 함께 발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율촌에 합류한 은 변호사가 주력한 분야는 대기업 그룹 내 M&A 업무였다. 은 변호사는 특히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업무를 도맡았다. 당시 지주사 전환은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많은 기업들이 드라이브를 걸었고, 세제 혜택이나 기업들의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도 선제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은 변호사는 LG그룹, 애경그룹, 코오롱그룹, 매일홀딩스, SK케미칼, 태영그룹(TY홀딩스) 등 굵직한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자문했다.

은 변호사는 "지주사 전환을 하다보니 합병, 분할, 계열사간 지분 이전 등 풀어야 할 숙제들 산적해있었다"며 "오랜 기간 충분히 심도있는 검토를 통해 전환 작업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장 상황이나 경영진의 선관주의 업무를 잘 따져야 하고, 소액주주들의 반응을 예상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은 변호사는 당시 여러 기업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은 변호사는 "그룹 내 지주사 전환 작업을 하던 핵심 인력들과 쌓은 인연이 큰 자산이 됐다"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간 M&A 자문 중에선 2007년 유진기업의 하이마트 인수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았다. 은 변호사가 2006년 파트너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주도했던 딜이기도 했다.

은 변호사는 "처음 파트너로 승진한 이후 무려 1조9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딜을 맡게 됐고, 홍콩에서 최종 협상을 진행했다"며 "당시 경쟁자였던 GS가 2조원이란 가격을 써냈지만, 임직원들의 고용 승계 측면에서 레미콘이나 제조 기반의 유진그룹을 더 선호할 것이란 점 등을 내세워 최종 딜을 따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매도인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역시 고용안정과 딜 클로징 측면을 고려해 유진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은 변호사는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역사적인 첫 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어진 밤샘 술자리에 은 변호사는 다음날 아침 한국행 비행기를 놓쳤지만, 짜릿한 성취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됐다.

◇"M&A 시장 확대는 필연적, TF 꾸려 대응할 것"

은 변호사는 향후 M&A 시장에 대해선 시장의 규모가 계속 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권 교체기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변수가 맞물리면서 국내 PEF들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PEF 운용사들이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펀드 만기에 따른 손바뀜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기업들이 IMF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을 겪으며 많은 현금을 유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은 이미 M&A에 필요한 실탄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전통산업에서 새롭게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맞춰 많은 기업들이 자력이 아닌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늘어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요다. 은 변호사는 "자체적으로 ESG 경영을 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해서 대응해나가는 수요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유니콘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의 M&A 움직임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은 변호사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야말로 율촌이 성장해온 DNA이자 앞으로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 가치 폭락에 따른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규제나 대응책은 미비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에 ICT, 가상화폐,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성장여력이 크고 급변하는 산업에 TF를 꾸려 관련 법, 규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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