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일약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속항원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아내 국가 단위의 수주잭팟을 연이어 터뜨렸다. 코로나19 전 7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은 2년 만에 3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폭증했다.
재무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았다. 투자와 배당을 하고도 남는 현금이 연간 1조원에 달했다. 넘치기 시작한 곳간을 능수능란하게 관리할 재무전문가가가 필요했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하기 직전 삼성전자 출신 재무통을 전격 영입해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중책을 부여했다.
◇기업공개 작업 막바지 합류…경영지원총괄과 다른 역할
SD바이오센서에 최고재무책임자(CFO)란 공식직책이 생긴 것은 2021년 4월이다. 오철규 이사를 미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하면서 CFO 직책을 처음으로 부여했다. SD바이오센서가 2021년 7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으니 IPO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합류한 것이 된다.
오 이사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산하 재경팀(재무관리팀)에서 수십년 간 근무한 베테랑이었다. 1971년 생으로 올해 만 51세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재경팀에서 199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25년간 일했다. 마지막 직위는 부장이었다.
이미 CFO 역할을 하는 임원이 있음에도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 것이라 주목됐다. 현재도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는 공병상 상무가 오 이사 전부터 오랫동안 CFO 업무를 맡아왔다. 공 상무는 SD바이오센서의 전신인 에스디(SD) 시절부터 창업주인 조영식 의장을 보좌한 인물이다. 공 상무는 현재 사내이사로 조 의장과 함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공 상무는 적대적 M&A를 겪었던 조 의장 곁에 남아 재기를 도왔다. 조 의장은 1999년 설립한 진단시약 업체 SD를 글로벌 경쟁사 엘리어(현재는 에보트에 인수)에게 2009년 공개매수 방식으로 경영권을 빼앗겼다.
조 의장은 2년 만인 2011년 방만경영으로 어려움을 겪던 엘리어로부터 SD 사업부문이었던 바이오센서(현 SD바이오센서)를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신속항원진단 키트로 마침내 일약했다. 공 상무는 2000년부터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특히 공 상무는 중대사인 IPO 실무를 2020년 7월부터 총괄했고 10개월만인 2021년 5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냈다. 오 이사는 승인 한 달 전 합류했기 때문에 IPO가 목적인 영입이 아니었다.
◇중소에서 대기업으로…연간 잉여현금 1조
오 이사 합류시기(2021년 4월)는 SD바이오센서 실적퀀텀 점프 직후다. SD바이오센서는 2019년엔 매출이 73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1조6862억원으로 껑충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1억원에서 7382억원이 됐다.
현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19년엔 마이너스(-) 128억원이었지만 2020년엔 4402억원이 됐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지금액을 제한 수치다. 쉽게 말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활동에 쓸 돈을 다 쓰고도 남는 금액을 뜻한다.
이에 현금성자산도 2019년 말 398억원에서 2020년 말 4389억원이 됐다. 중소기업 시절엔 경험해 보지 못한 유동성이다. 지난해는 더욱 풍족해졌다. 매출은 2조9299억원으로 뛰었고 잉여현금흐름은 1조858억원에 달했다. 현금성자산도 1조8954억원으로 불어났다.
넘치는 곳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위험하지 않은 은행을 선별해 정기예금을 하거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소기의 이자수익을 낼 수 있어야 했다. 특히 매출 대다수가 해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 통제도 시급해졌다. 지난해 매출(2조9299억원) 가운데 93.37%(2조7367억원)가 해외다. 유럽 비중(57.43%)이 가장 높고 아시아(27.05%), 국내(6.63%), 미국(5.9%) 순이다.
오 이사를 선임한 이유였다. 삼성전자 재경팀은 연간 120조원대 현금성자산을 관리한다. 단기금융상품 운용규모는 81조원대다. 환율 리스크 통제도 핵심업무 중 하나다. 외화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전략으로 손익변동성을 최소화한다.
SD바이오센서도 환율이 실적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업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달러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당기순이익이 682억원으로 늘어나고 10% 하락할 경우 같은 금액이 줄어든다. 2020년 만해도 원·달러환율 10% 변동시 순이익 변화 규모는 206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