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대장주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4월 재무조직에 눈에 띄는 변화를 줬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보직을 201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만들었다. 첫 CFO는 외부에서 발탁했다. 삼성전자 경영관리실 재경팀(재무관리팀)에서 25년간 근무한 재무 베테랑 오철규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 바람을 타고 2년 만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수준으로 덩치가 크게 불어났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SD바이오센서는 2019년 73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조9300억원으로 40배 폭증했다. 현금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쳐났다. 현금성자산은 2019년 말 398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8954억원이 됐다.
오 이사는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놀고 있는 현금이 줄었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말 기준 수익증권 규모가 6903억원으로 2021년 6월말 293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덕분에 연간 이자수익도 2020년엔 4억8000억원 규모였지만 2021년엔 67억원이 됐다.
투자자와의 소통도 갓 상장(2021년 7월)한 기업임을 감안하면 선진적이다. 경영성과에 대한 자율공시를 상장 이후 8개월 동안 10건이나 했다. 공시 의무가 없는 사안이지만 투명하게 회사 정보를 공유하고자 했다.
단기에 성장한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오 이사가 상당수 줄이고 있다. 다만 오 이사가 풀어야할 커다란 숙제가 남아 있다. 재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원가’ 문제다.
SD바이오센서는 하청업체이자 관계사인 바이오노트보다 수익성이 낮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바이오노트는 지난해 매출 6224억원에 영업이익 47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75.5%에 달한다. 바이오노트는 SD바이오센서에 진단시약(진단키트의 낱개 단위)을 공급한 덕에 역시 2년 새 일약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80%를 SD바이오센서가 책임졌다.
반면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6.6%로 바이오노트(75.5%)보다 28.9% 포인트 낮다. 통상 원청업체보다 하청업체 수익률이 높은 경우는 하청업체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을 때다.
그런데 SD바이오센서 진단키트 경쟁력 원천은 자신에게 있다.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속항원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아낸 주체는 바이오노트가 아니라 SD바이오센서였다. 바이오노트는 SD바이오센서 생산공장 역할만 한 셈이다. 바이오노트는 본래 동물용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업체기도 했다.
핵심기술을 가진 제조사라면 하청업체가 자사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반면 SD바이오센서는 누가봐도 바이오노트가 만든 진단시약을 후한 값에 사주고 있다.
배경은 있다. 양사 최대주주는 모두 창업주인 조영식 회장인데 SD바이오센서보다 바이오노트 지분율이 더 높다. 지난해 말 기준 SD바이오센서 지분율은 31.56%인 반면 바이오노트는 54%다. 조 회장 개인회사인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바이오노트 지분율(14.25%)까지 합하면 조 회장 바이오노트 실질 지분율 68.45%로 높아진다.
SD바이오센서가 상장하기 전까지 만해도 큰 문제가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바이오노트에게 유리한 원가구조는 이제 SD바이오센서 외부주주 입장에선 손해가 된다. SD바이오센서가 달라진 체급과 기업 위상에 맞게 개선해야할 숙제다. 그리고 숙제를 실무적으로 해결할 사람이 오 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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