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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들을 살펴보면 기타비상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유한양행과 네이버가 대표적인데 두 기업은 각각의 사정을 들어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기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 부담스러운 기업의 일종의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유한양행 의장만 10년…업계 무성한 해석 낳은 독특한 행보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은 올해로 10년째 이정희 기타비상무이사(
사진)가 맡고 있다. 1978년 유한양행 입 후 50년 가까이 유한양행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대표 재직 기간에는 전임 대표들처럼 의장직을 겸임했고 대표 사직 후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잔류해 의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유한양행에서 한 인사가 6년 이상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창업주 유일한 회장이 유한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에 주식 등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 유한양행은 종업원 출신 인사를 최대 임기 6년 제한으로 꾸준히 대표이사로 기용해 왔다. 대표이사는 재직 기간 통상 이사회 의장직을 겸했다.
하지만 조욱제 대표가 이 전 대표 뒤를 이어 올해로 3년째 대표로 근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은 여전히 이정희 전 대표에게 의장직을 맡기고 있다. 유한양행은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 경험이 있는 이정희 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원활한 의사진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의장은 유한재단의 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지분 15.82%를 가진 최대주주다. 유한양행 배당 수익을 재단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기업 경영과 사회환원 간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ESG 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 선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2024년 초 정기주총에서 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됐는데, 시장에서는 회사 측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 의장의 회장 추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주인 없는 기업의 사유화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유한양행 회장직은 공석으로 남아있다.
◇ "기타비상무 의장은 절충안"…사외이사 제한에서 자유로워 유한양행 측은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3세대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개발을 통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유한양행이 향후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기 위해 사장급 이상의 회장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기에는 이사회 독립성 및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기기는 어려운 상황에서의 일종의 절충안"이라면서 "각 회사마다 기타비상무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기고 있는 이유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맥락 안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중에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당수가 지주 체제를 구축한 기업집단 계열사로 지주사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로 진입한 경우다. 이와 다르게 네이버는 현행법이 제한하고 있는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점이 눈에 띈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휴맥스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다. 네이버의 첫 외부인사 출신 의장인 변 이사는 2017년 당시 휴맥스 회장직을 비롯해 타 기업 직책을 겸임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기타비상무이사로 기용됐다. 벤처 1세대 진취적 벤처정신과 해외진출 추진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외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외이사 최대 임기인 6년 제한과 최대 2곳 겸임 제한에서 자유롭다. 유한양행의 이 의장과 네이버의 변 의장 모두 임기 도래 이후 추가 재선임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타비상무이사 임기와 겸직 제한이 없다는 점 역시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등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