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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 돋보기

한화 사외이사 의장 첫 사례…사업 재편에 맞춰 '착착'

⑧한화솔루션 박지형 이사, 올 초 의장 선임…"경영 현안 이해도 감안"

이돈섭 기자  2024-12-27 16:01:48

편집자주

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한화그룹에서도 거버넌스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초 그룹에서 최초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그동안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임원 혹은 계열사 대표가 의장을 겸해왔던 관례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거버넌스 변화 시점 그 자체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지형 서울대 교수, 한화솔루션 재편 과정에 모두 참여

시가총액 4조원 규모 한화솔루션은 올 3월 박지형 사외이사(사진)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중에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건 한화솔루션이 처음이다. 2020년 합병법인 출범 전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는 한화솔루션은 그간 줄곧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해 왔다.

한화솔루션은 박 의장의 경영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 경제학 석사,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박 의장은 경제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면서 내부거래위원회와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모든 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서울대학교]

박 의장이 이사회에 합류한 건 2020년 3월, 한화솔루션이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 해다. 이사회는 이사진을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해 몸집을 키우는 한편 개별 사업부문 대표들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 시마 사토시 전 소프트뱅크 사장실장과 아만다 부시 변호사 등 외국인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등 내용 면에도 변화를 줬다.

통합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부사장도 한화솔루션으로 적을 옮겨 전략부문장직을 맡았고 그 해 10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통합법인 출범 후 이구영 당시 큐셀부문 대표(사진)가 의장직을 맡았다. 이 대표는 과거 한화큐셀 재직 당시 영업총괄 임원으로 김동관 당시 대표와 손발을 맞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후에도 한화갤러리아 등을 합병하고 재분할하는 한편, 첨단소재 부문을 분할해 한화첨단소재를 재출범시키는 등 사업 재편 작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합병 및 분할 안건뿐 아니라 계열사 증자와 해외 투자, 성과 보상 안건 등 다양한 사안을 검토했다. 박 의장은 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사 중 한 명이다.

◇사업재편 마무리 수순은 거버넌스 개편…이사회 경영 '시동'

박 의장의 경우 여타 사외이사 대비 압도적인 참여도를 기록하고 있다. 서정호 사외이사와 시마 사토시 사외이사 역시 박 의장과 같은 시기 이사회에 참여, 재선임을 거쳐 4년째 활동하고 있지만 박 의장처럼 모든 소위원회 활동에 참여하진 않는다. 법조계 인사인 서 이사는 감사위원이 아니며 외국인 시마 이사는 소위원회 참여 이력이 없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박 의장 선임은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추세와 이사회 내 풍부한 경험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사업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김동관 대표가 그간 주창해 왔다고 알려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한 거버넌스 개편 작업에 힘이 실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지=한화솔루션]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이사회가 완전한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오너가 일원인 김동관 대표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대표를 포함해 모든 사내이사들은 이사회 참여하는 것 외 별도의 소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 않는 등 이사회에서 역할을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오너십이 강한 한화그룹이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로 당장 개편하기엔 한계가 있겠지만 이사회 개편 시도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온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 보조를 어느 정도 맞추려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지난 8월 한화솔루션 케미칼과 큐셀 사업 부문 대표를 교체하는 등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간 큐셀 부문 대표로 근무하면서 박 의장 선임 직전까지 의장을 겸했던 이구영 전 대표는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남정운 케미칼 부문 신임 대표와 홍정권 큐셀 부문 신임 대표가 새로 이사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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