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전무
(사진)가 현대모비스의 외형성장 및 주주환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무적 여력을 뒷받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논캡티브(비계열사) 매출 비중 40%’라는 포부 아래 외형성장 가속화를 예고했다. 이와 더불어 주주환원율 목표도 상향했다. 현대모비스의 체질개선이란 중대 기로 속에서 '정통 모비스맨' 박 전무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외형성장·주주환원 확대' 동시에, 재원 확보 뒷받침 과제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현대모비스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27년까지의 재무 목표와 주주 환원 정책을 함께 제시했다.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8% 이상,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게 골자인데 수익성 개선의 핵심은 비계열사 매출 비중 확대에 있다. 현대차 및 기아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탈피해 근본적 체질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와 더불어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대규모 투자에 뒤로 밀린 주주환원 규모를 대폭 증가시킨다. 박 전무는 해당 자리에서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현재 19.7% 수준인 총 주주수익률(TSR)을 2025~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특히 주주환원책을 더욱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TSR을 설정하되 주가가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해당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는 게 박 전무의 큰 역할이 될 전망이다. 체질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쓸 돈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현대모비스의 시설투자 수요는 여전히 많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올 한 해에만 자본적 지출(CAPEX) 3조1822억원, 연구개발(R&D) 투자 1조7546억원 등 5조원가량의 투자 집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작년 대비 67% 늘어난 수치다. 추후 연간 주주환원 규모는 1조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주주환원 규모는 배당 4500억원, 자사주 매입 1630억원 등 6000억원 정도였다. 올해 대비 2배 넘게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현대모비스의 현금창출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점은 부담이다. 올 3분기까지 현대모비스의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2조9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5592억원)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현대모비스의 현금성자산도 예년대비 감소 추세다. 현대모비스는 2023년 초 3개년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침체와 각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현금 5조원을 확보한다고 밝혔는데 올 3분기 말 기준 2조3435억원 정도에 머물렀다. 2020년 말 5조1898억원에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박 전무는 최근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개선을 발판 삼아 여러 재무적 목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박 전무가 CFO로 부임한 올해 매 분기 상승했다. 1분기 3.9%에서 2분기 4.3%에 이어 3분기에 6.5%까지 올라갔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2021년 4.9%, 2022년 3.9%, 2023년 3.9%로 주춤한 모습을 보여왔으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9%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정통 모비스맨' 박기태 전무, 재경 부문 빈틈없는 전문성 '눈길' 1968년 2월생 박 전무는 재경 부문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재무통'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시립대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무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만큼 그룹 내 몇 안되는 세무전문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IR팀장, 미국 앨라배마 법인 CFO, 세무팀장, 회계관리실장 등을 거치며 재경부문 전반에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시장 개척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박 전무가 CFO를 맡으며 새 생산지의 내부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가 현재 이끄는 재경 부문은 재경기획팀·경영분석팀·회계팀·세무팀·재정팀·국제금융팀 등을 아우른다. 통상 CFO라 하더라도 재경 부문 가운데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박 전무의 경우 재경 부문 다방면으로 탄탄한 경력이 뒷받침돼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통 모비스맨'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는 7년가량 그룹사 맏형격인 현대자동차에서 내려보내는 인물들을 현대모비스 CFO로 맞았는데 현대모비스에서만 근무한 박 전무가 당당히 이 자리를 꿰찼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CFO가 잘 바뀌지 않는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그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 CFO 이전 현대모비스 CFO 3명(최병철·한용빈·배형근)의 재임기간을 합하면 17년에 이른다.
무엇보다 현대모비스 CFO직은 재무관리 역량을 증명한 뒤 그룹 내 요직으로 영전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무에 대한 그룹의 신임 역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전임 CFO였던 최 전 CFO와 배 전 CFO는 현대모비스 CFO직을 마무리한 뒤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한 전 CFO의 경우 대표이사 자리는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의 핵심 요직으로 이동한 바 있다. 그가 담당했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3실은 그룹 전반의 재무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었다.
이에 따라 박 전무 역시 현대모비스 CFO로서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보여준다면 앞으로 그룹 내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란 얘기가 많다. 이미 그룹 내 계열사에서 관리·감독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나타내왔다. 박 전무는 상무시절인 2019년부터 3년 넘게 현대아이에이치엘에서 감사를 맡았으며 2021년부터 3년가량 동안 H그린파워에서 감사로 재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