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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홀로서기' 10년차 현대코퍼레이션, 이사회 선진화 '아직'

255점 중 130점, 이사회 구성 최저점…오너부터 대표이사진 이사회 일원, 독립성 부족

윤진현 기자  2024-12-16 07:29:1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범현대가로부터 홀로서기를 마친 현대코퍼레이션이 오너 중심의 이사회를 고집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 정몽혁 회장이 이사회 의장 직을 쥐고 있다. 이어 대표이사진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 구성 면에서 최저점을 받은 배경이다.

독립성이 부족한 이사회의 특징은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사진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물론, 이사회 활동에 대한 자체 점검도 진행하지 않았다. 계열 분리를 마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이사회 선진화 작업이 미진하다고 평가된다.

◇255점 중 130점 기록…6개 항목 평균치 3.14점 그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현대코퍼레이션이 255점 만점에 130점을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이사회 구성이다. 평점 5점 만점에 1.7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사회 의장이 오너여서 1점을 받은 게 영향이 컸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이사회 의장은 정몽혁 회장이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5년 현대중공업에서 신사업부문으로 분할됐다. 2016년 3월 21일 계열 분리 작업을 마쳤다. 범현대가에서 분리돼 독자적인 그룹을 이뤘는데, 이 과정을 정몽혁 회장이 주도했다고 여겨진다.

홀로서기 작업이 본격화한 지 약 10년이 지났지만 이사회 선진화 작업은 미진하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오너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다 대표이사진도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원갑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안석 대표이사 사장이 그 예다.

이사회 규모도 6인으로 다소 적었다. 이중 절반만이 사외이사인 점도 아쉬움이 컸다. 이사회 지원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는지 여부도 사실상 대부분의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1~2점을 받았다.

출처: 더보드

◇이사회 독립성 부족 시그널…경영 성과도 '아쉬움'

이 밖에도 평가 개선프로세스 부문이 평균치를 하회하는 점수로 기록됐다. 평점이 2점에 불과했는데, ESG 등급 항목과 이사회 구성원 평가 항목을 제외하곤 최하점(1점)을 받은 영향이 컸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은 ESG등급이 B등급을 받아 4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따로 수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도 진행하지 않았고,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영 성과도 평점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는 활용되지 못했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그리고 자기자본이익률이 5점 만점을 받았다. 다만 주가 하락세를 보여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률(PER), 그리고 총주주수익률(TSR)이 최하점(1점)을 기록했다.

대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정보접근성 항목이다. 이사회 활동을 충실하게 공시하고 있는 점,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어 5점 만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실상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1점을 받은 걸 제외하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이었다.

이어 참여도와 견제기능 항목에서 3점씩을 챙겼다. 참여도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들의 연간 출석률이 90% 이상이었으며, 이사회 의안과 관련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자료가 제공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견제기능에서는 감사위원회가 3인 이상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점과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적절히 마련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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