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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코퍼레이션, 한 달만에 주가 50% 급등한 배경은

신용등급 상향으로 회사채 흥행…하반기 '바이아웃 딜' 성과 자신

박완준 기자  2024-07-04 16:18:3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계열 분리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현대코퍼레이션이 올 초부터 증권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투자회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한 데 이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하며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 주가는 올 4월 18일 52주 최저가인 1만6130원까지 떨어진 지 한 달 만에 장중 2만4500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주가는 단기간에 50% 이상 급등하며,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계가 이끌었습니다.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의 거래일 모두 순매수에 나서며 20만주를 넘게 사들였고, 기관계도 7만주 이상 순매수에 나섰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올 3월 한 달 동안 순매수에 나서다 4월 주가가 상승하자 순매도로 바뀌며 차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1분기 기준 PBR이 0.42배에 불과합니다. 주가가 장부가를 밑돌 정도로 저평가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현대코퍼레이션 주가는 이달 4일까지 두 달 동안 2만원부터 2만1000원의 박스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52주 신고가를 찍은 만큼 박스권에 갇히거나 우하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5~20일 저항선이 모두 무너져 단기적 하락 분위기로 전환했습니다.
◇Industry & Event

꾸준한 실적 우상향. 현대코퍼레이션의 최근 행보에 대한 평가입니다. 앞서 현대코퍼레이션은 철강과 승용차,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EPC(설계·조달·시공) 기자재 등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은 2016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독립한 그해 3조560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6조58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영업이익도 300억원에서 99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1분기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8.5%와 76.6% 증가한 1조7706억원과 2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철강재 고수익시장 판매 증가, 승용부품 및 석유화학 부문의 신규 거래처 확보 등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2분기도 장밋빛 전망입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3% 증가한 337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연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7000억원, 1107억원으로 내다봤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성장의 배경이 됐습니다. 2021년 사업 목적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제조와 판매업을 추가하고 사업 비중을 높인 영향입니다. 실제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을 포함한 승용부품 사업 매출은 지난해 1조9900억원으로 늘어나 매출 비중 30%를 넘겼습니다. 올 1분기도 406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25.2%를 차지했습니다.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33.3%, 29.1%를 기록했습니다.

◇Market View

현대코퍼레이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주력 트레이딩(중개무역) 분야인 철강에서 북미와 유럽 등 고가 시장에 집중했고, 엔데믹 이후 치솟은 항공유로 수익성을 확보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분기 현대코퍼레이션의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세 곳입니다.
목표주가를 상향한 곳은 흥국증권과 대신증권입니다. 흥국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는 3만원에서 3만6000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견조한 실적 모멘텀과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 등이 강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신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를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익 모멘텀도 우수할 전망"이라며 "철강·상용에너지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1분기 주춤했던 승용부품 판매량이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올 전망이며, 석유화학 및 자원투자 이익 역시 유가 상승과 함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나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는 3만3000원을 유지했습니다.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글로벌 팬데믹 이후 매년 두 자릿 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연간 1000억원대 규모로 증가하면서 부채 비율이 꾸준히 개선됐고 신규 사업 투자 여력도 충분히 확보됐다는 평가입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북미 투자 증가 수혜와 함께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의 비즈니스 확대가 실적 우상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분쟁 종료 시 복구 사업 관련 수혜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eyman & Comments

현대코퍼레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정식 재경지원실장 전무(사진)입니다. 김 CFO는 1965년생으로 창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룹 내 재무와 자금 관련 업무 경력을 쌓아 2015년 말 정기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며 첫 임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김 CFO는 2016년 재정팀장을 거쳐 2017년 법인지사관리와 재정담당 등 중역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2018년 현대코퍼레이션 새 재경실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상무로 승진한 건 2019년입니다.

더벨은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 상승 배경과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김 CFO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최근 주가 상승 배경을 묻는 말에 "올해 국내 신용평가사 모두에게 신용등급 A0를 받아내며 신용등급 스플릿을 해소했다"며 "신용등급 상향 후 3년 만의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흥행에도 성공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 하반기 주가 전망을 묻는 말에는 "올해 안으로 트레이딩과 연계한 생산·유통사업과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사업 분야의 바이아웃 딜(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 계획을 묻는 말에는 "2020년 4월 자사주 매입 이후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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