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정보통신(IT) 기기 부품 제조업체 인탑스가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주가 등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2만7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지난 16일 3만805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3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주가 등락 폭을 보면, 지난해 4월 4만31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론 쭉 내림세를 타는 바람에 2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는데요. 하락했던 주가가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반등세를 지속한 것인지, '수혜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거래량을 보면 지난 16일 711만9605주였고, 그다음 날은 1000만2583주를 돌파했습니다. 18일 이후 23일까지도 100만주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50만주 이상 거래량을 보기 힘들었단 점을 생각하면 단기간 크게 주목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1981년 설립된 인탑스는 '제조업 플랫폼' 기업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조금씩 넓히고 있습니다. 과거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제조하며 대부분의 매출을 올렸지만 2021년께부터 로봇 조립·생산 쪽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봇틱스의 서빙로봇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진단키트를 생산하며 레퍼런스를 쌓았습니다.
인탑스가 지난주 주가 급등을 보였던 건 삼성전자 수혜주로 부각되서인데요. 앞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봇핏' 판매를 시작했다고 언급하면서, 인탑스가 제조사로 주목받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탑스가 삼성전자의 웨이러블(착용형) 로봇 '봇핏(Bot Fit)' 시제품을 생산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봇핏'은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을 위한 보조기구입니다. 시제품 생산을 마쳤다면, 앞으로 수주와 양산으로 이어져 실적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인탑스는 큰 카테고리에서 '핸드셋'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로봇주'와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 로봇 사업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졌는지, 인탑스 측에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삼성전자의 시제품 제작 여부는 계약 관련 사항이라 공개적으로 확인해 주기가 어렵고요.
다만 과거에 실제로 로봇 제품을 양산한 경험은 있습니다. 생산시설이 없는 미국 베어로봇틱스의 로봇 5000대를 대신 생산해 줬는데요. 양산 경험이 있긴 하나 물량이 많진 않아 로봇 위탁생산 관련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앞으로 로봇 사업에서 실제로 얼마나 수주를 받는지가 인탑스의 주가 흐름을 결정할 큰 이유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Market View
올해 들어 인탑스 관련 증권가 보고서는 없었습니다. 유의미한 공시도 없었는데요. 최근 한 매체는 인탑스가삼성전자 봇핏 시제품을 조립해 생산했다고 보도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움직였습니다. 결국 로봇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인탑스가 차근차근 로봇 위탁제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로봇 사업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개화기인 만큼 인탑스가 수주 실적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Keyman & Comments
인탑스의 주요 키맨은 김재경 회장과 그의 장남 김근하 대표이사입니다.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10월 합류한 이승재 상무입니다. 김 회장과 김 대표는 각각 지분 18.21%, 14.24%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합니다. 또 김 대표는 이사회 의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게 직접 주가 향방과 경영 전략, 사업 비전 등을 묻기 위해 IR 담당자에 연락을 했는데요. 김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라 답변을 받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CFO 등 다른 임원들의 경우도, 사실 이번 주가 흐름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이슈 때문에 움직인 것이어서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IR 담당자를 통해 회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했지만, 로봇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회사를 키워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탑스에 과거 베어로봇틱스 제품 양산 외에 추가로 양산 수주를 받은 것이 있냐고 묻자, "하려고 노력 중이다"면서도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IR 담당자는 "로봇에만 국한하지 않고 의료기기 등의 제조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적 관련해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며 실적이 개선됐으나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실적이 다소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회사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도 매출액 약 1조1142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매출이 약 4546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인데요. 회사 측은 앞으로 로봇과 의료기기 분야 위탁 생산 사업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