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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진옥동 체제

후반전 시작, 남은 과제는

①안정적 기반에서 순조로운 출발…여전히 산적한 과제들

조은아 기자  2024-11-14 07:10:08

편집자주

"무사만루의 위기에 놓인 것 같다." 금융권의 한 대표이사에게 임기의 반을 넘은 현재의 심경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은 '처음이라서'라는 말이 방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핑계를 댈 수 없는 데다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어느덧 임기의 절반을 지냈다. 그간 바뀐 것이 많지만 바꿔야 할 것도 아직 많다. 남은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더벨이 1년 반 동안 발벗고 뛰어온 진옥동 회장의 성과와 함께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2022년 12월 8일, 신한금융지주에서 깜짝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만장일치로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후보를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했다. 당초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3명의 후보 중 진 회장이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어느덧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진 회장은 2022년 12월 회장에 선임돼 이듬해 3월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임기 만료 3개월 전 다음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 회장 1기가 반환점을 돈 걸 넘어 7부 능선까지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가장 부담이 큰 시기다.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본인의 색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성과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짧으면 1년 4개월, 길면 4년 4개월이다.

◇순조로운 선임 과정…안정적 지지 기반

진 회장 체제는 말그대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선임 과정에서 일체의 잡음도 없었다. 가장 유력했던 조용병 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점이 주효했다.

특히 신한은행을 4년이나 이끌며 경영능력 역시 충분히 입증했다. 진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 등이 불거진 위기의 순간 행장으로 취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미래 지속가능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핵심성과지표(KPI) 등 제도를 개혁하며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며 신한금융그룹 도약의 일등공신으로 주목받았다.

지지 기반 역시 탄탄하다. 그가 회장으로 선출된 데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재일교포 주주의 신한금융 지분은 15%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일본 내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진 회장에 대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는 취임 이후 진 회장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은행 혹은 금융지주 CEO에게 주주들의 지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응집력이 강한 핵심 주주들의 지지는 외풍을 막아주며 지배구조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방패 역할을 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2024년 9월 2일 서울 중구의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창립 23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신한금융>

◇외형은 완성됐지만…여전히 산적한 과제들

진 회장은 사실상 '완성된 그룹'을 물려받았다. 조용병 전임 회장은 재임기간 지금의 신한금융그룹 외형을 완성했다. ING생명, 아시아신탁,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등을 인수했고 신한리츠운용을 출범시키며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금융그룹 체제를 갖췄다.

이같은 행보를 통해 신한금융 수익에서 비은행의 비중은 40%까지 높아졌다. 2022년엔 KB금융에게 빼앗겼던 '리딩금융' 타이틀도 탈환했다. 외형이 완성된 만큼 리딩금융 수성과 함께 전 계열사의 고른 성장이 새로운 목표로 떠올랐다. 진 회장은 앞서 9월 창립 23주년을 기념해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톱티어 계열사가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주가 부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한금융은 전임 회장 때인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친 1조9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기업가치 제고 역시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신한금융은 7월 일찌감치 밸류업 방안을 발표해 실행 중이다.

진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건 '정도경영'이다. 임직원들에게도 평소 '일등보다는 일류'를 얘기한다. 일등을 이미 경험해본 만큼 일등이란 타이틀에 너무 미련을 너무 두지 말고 이제는 일류를 향해 도전해볼만 한 시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진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후 골프와 술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포트폴리오 완성이란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전임과 달리 큰 그림이 없다는 일부 지적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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