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물산은 등기이사 보수를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고 있다. 근로소득 중 상여를 결정하는 요소인 목표인센티브와 장기성과인센티브에서 주당수익률이 고려된다. 주주가치 제고 유인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임원 보수비율 17.3%…고정석 전 사장 보수총액 64억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삼성물산은 255점 만점에 209점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견제기능'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41점을 기록하면서 고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이 지표에 포함된 이사 보수 관련 항목에서 모두 최고 점수(5점)를 얻으면서 고득점을 달성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삼성물산은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임원의 보수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임원 보수비율이 30% 미만일 경우 최고 점수를 부여한다. 이어 보수비율 구간별로 30% 이상 50% 미만일 경우 4점을, 50% 이상 70% 미만일 경우 3점을, 70% 이상 100% 미만일 경우 2점을, 100% 이상일 경우 1점을 각각 부여하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지난 3월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제외한 등기이사 4명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약 27억원이었다. 평가 기준 시점인 지난해 기준 삼성물산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으며 사내이사에는 △상사부문장(고정석 전 사장) △건설부문장(오세철 사장) △리조트부문장(정해린 사장) △패션부문장(이준서 부사장) 등 4개 부문의 부문장이 포함됐다.
등기이사 4명의 1인당 평균보수액(약 27억원)은 고 전 사장(약 64억원), 오 사장(약 20억원), 정 사장(약 13억원), 이 부사장(약 10억원)의 보수총액을 평균한 결과값이다. 반면 미등기임원 153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약 5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임원 보수비율은 17.3%였다. 보수비율이 30% 미만으로 이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이유다.
고 전 사장의 보수총액이 높았던 이유는 퇴직소득이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 전 사장의 보수총액 약 64억원에는 급여 약 8억원, 상여 약 19억원, 기타 근로소득 약 1억원을 합산한 근로소득 약 28억원 외에 퇴직소득 약 36억원이 포함됐다.
◇인센티브 산정에 주당수익률 반영…주주가치 제고 효과 겨냥
삼성물산은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보수를 연동할 경우 최고 점수를, 연동하지 않을 경우 1점을 부여한다.
삼성물산 등기이사 보수총액은 근로소득과 퇴직소득, 기타소득 등으로 구성되며 근로소득은 급여, 상여,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기타 근로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상여는 설·추석 상여,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 장기성과인센티브 등으로 구성된다. 주주가치 제고 성과가 고려되는 것은 목표인센티브와 장기성과인센티브에서다.
목표인센티브는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따라 경영위원회가 결정하며 월급여의 0~200% 내에서 연 2회 분할지급한다. 장기성과인센티브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 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 보수한도 내에서 산정해 3년간 분할지급한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 5월 발행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이사의 위임 업무 성격, 위임 업무 수행 결과를 고려해 보수를 결정해 지급하고, 회사의 경영성과 등을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장기 성과 인센티브는 회사의 3개년 경영 성과에 대해 차 3년간 분할해 지급하고 있으며 동종업종 대비 자기자본이익률, 세전이익률, 주당 수익률을 상대적 재무지표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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