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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물산은 2022년 4월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통합했다. 이 때문에 ESG위원회가 내부거래 심의 업무를 겸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ESG위원회는 총 7번 개최됐으며 다수 회차의 안건에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승인 안건이 포함됐다. 다만 ESG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가동하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일반적인 형태와는 차이를 보였다.
◇'견제기능' 45점 만점에 41점 고득점…최고경영자 승계·부적격임원 선임방지 '우수'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삼성물산은 255점 만점에 209점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견제기능'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41점을 기록했다. 이 지표에 포함된 9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최고 점수(5점)를 받으면서 고득점에 성공했다. '구성'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38점, '참여도' 지표에서 40점 만점에 35점 등 다른 지표에서의 득점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표다.
삼성물산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된 점과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된 점 등 관련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 5월 발행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에 관한 원칙'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과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법과 윤리준수'를 '경영원칙'으로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임원처우규정'을 통해 임원의 선임과 평가, 제재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가 3명 이상의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는 점과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이상이 감사 업무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점 등 관련 항목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결과 기준으로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있으며 감사위원장인 최중경 사외이사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감사위원인 제니스 리 사외이사가 SC제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CFO) 등 재무분야 임원 근무경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ESG위원회가 내부거래도 심의…삼성그룹 다수 계열사 내부거래위원회 별도 가동
다만 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에서 적절하게 통제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5점 만점에 3점에 그쳤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돼 내부거래 업무를 전담할 경우 5점을 부여한다. 하지만 ESG위원회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가 내부거래 업무도 겸할 경우 3점을 부여한다.
삼성물산은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이상으로 상법상 의무설치 대상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에 이사회 내 위원회로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ESG위원회에서 내부거래 업무를 겸한다. 이 항목에서 3점에 그친 이유다.
삼성물산 측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ESG위원회가 내부거래 업무를 겸하는 이유에 대해 "2022년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로 통합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결과 기준으로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삼성물산 이사회 총원이 9명으로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외이사가 ESG위원회에 포함된 형태다.
하지만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내부거래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위원회를 가동하는 형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삼성물산 외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에서 ESG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가동하는 사례가 있는 점도 고려됐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가동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E&A, 삼성바이오로직스,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삼성SDS 등 다수 계열사가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