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자본적지출 확대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도 높인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액 규모가 계속 커지는 추세다.
다시 국내외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KT&G는 2006년 칼 아이칸의 타깃이 돼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도 하다. KT&G의 주주가치 확대에 대한 의지로 외부 공격을 차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행동주의 펀드 공격 시기, 자기주식 매입·배당금 지급 규모 증가 KT&G의 주주환원 규모는 최근 증가 추세다. 올 들어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회사 곳간에서 빠져나간 돈만 3610억원이다. 작년엔 3027억원 규모였다. 배당금 지급으로 인한 지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KT&G는 올해 반기배당으로 주당 1200원을 결정했으며 이에 대해 총 1354억원을 지급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2024년 회계연도의 총 주당배당금은 전년대비 증가하며 최근의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KT&G는 내달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추가로 공개하는데 보다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2026년까지 매년 발행주식 총수의 5%씩 소각을 2027년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운영자금 또는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KT&G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약 1조8000억원의 배당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약 15%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핵심으로 하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엔 약 315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 350만주를, 10월엔 3500억원 규모의 361만주를 소각했다. 올 한 해 소각 규모만 665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KT&G가 최근 수년 동안 강도 높은 주주환원정책을 꺼내드는 건 다시금 점화하는 행동주의펀드들과의 갈등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실제 KT&G가 활발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던 때는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있던 시기와 맞물린다. 영국계 헤지펀드 TC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던 2004년 당시 KT&G는 1300만주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을 실시했다. 총 4122억원어치였는데 당시 주가가 6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세계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던 때에는 무려 1500만주, 8569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진행했다. 이후 2007~2009년 정도 주주환원정책을 이어가다가 10년을 한참 쉬었다. KT&G가 자기주식 매입을 다시 시작한 건 2020년, 매입과 소각을 동시에 추진한 건 2023년과 올해 일이다. 역시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공격이 있었다.
◇FCP의 인삼공사 인수제의 '긴장 분위기'…칼 아이칸 악몽 '벗어나자' 며칠 전 KT&G에 한국인삼공사(KGC) 인수 의사를 전달한 FCP는 2021년부터 사들인 KT&G 주식을 바탕으로 2022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배당금 확대, 대표 선임안 반대 등을 요구해왔다. KT&G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자기주식을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FCP가 주당 배당금 1만원을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엔 KT&G가 FCP의 주주제안을 일부 수용,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주당 배당금 증액 방침을 내놓는 등 대응에 나섰다. 올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선 FCP가 방경만 당시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사회가 주도한 사장 후보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이번엔 KGC인삼공사를 5조원 가치의 회사로 키울 수 있다며 매각의사를 밝혔다. 다만 업계는 KT&G가 곧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FCP가 인수 제안을 이슈로 KGC의 저평가 문제를 부각하고 KT&G 이사회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KT&G가 행동주의펀드의 표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미국의 억만장자 칼 아이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칼 아이칸 연합은 KT&G 지분을 6.6% 확보하며 2대 주주로 등극한 후, 이사회 교체와 배당금 증액 등을 요구했고 경영권까지 넘봤다. KT&G는 칼 아이칸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경영권을 지켜냈다. 칼 아이칸은 15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리고 KT&G에서 손을 떼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KT&G가 자꾸만 외부의 공격을 받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지배주주 없이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 구성 탓에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얘기다. 다만 KT&G의 기업가치나 주주가치가 공격의 빌미가 되기 충분하다는 분석도 꾸준히 있었다. 회사를 장기적 관점에서 끌고 갈 지배주주가 없어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KT&G는 청사진으로 행동주의펀드에 반격을 가하는 중이다. 최근 일련의 대규모 CAPEX 투자와 강도 높은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KT&G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행동주의펀드의 비판을 미리 차단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KT&G 관계자는 “FCP측의 KGC인삼공사 인수 제안은 회사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향후 제안 서신 내용을 충분히 살펴볼 것"이라며 "새 주주환원 발표는 연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