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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해외 자회사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이나 유상감자를 통해 현금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금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생산법인, 미국 판매법인 등이 꼽힌다.
◇연결 현금성자산 3조…해외 자회사로부터 현금 확보 필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기존 19.49%에서 54.77%로 늘려 경영권을 가져오려면 합산 1조8277억원이 필요하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중 일부를 1조2277억원에 매수하는 동시에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6000억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별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말 부채비율이 20.8%로 우수하기는 하지만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재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7246억원뿐이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의 현금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연결 기준으로 따진 현금성자산이 2조9639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자산총계로 따져도 별도 기준으로 7조원이 채 되지 않는 반면 연결 기준으로는 14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자회사 형태의 해외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두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법인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헝가리, 미국에 두고 있으며 판매법인은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더 넓게 분포돼있다.
다만 별도 기준을 제외하고 연결 기준으로 따진 현금성자산은 한국타이어가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법인에 현금성자산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가 해외법인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이용하려면 중간배당이나 유상감자를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에 포함되는 종속기업이 67개(투자조합·펀드 포함)에 이르는 데다 해외 자회사의 경우 각 자회사가 보유한 구체적인 현금성자산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각 자회사 자본총계와 당기순이익을 통해 현금여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중국·미국·인도네시아 자회사 높은 자본여력…배당·감자 가능성 한국타이어 종속기업 중 자본총계가 가장 큰 곳은 1조6879억원인 헝가리 생산법인(Hankook Tire Hungary)이다. 유럽지역 생산거점인 법인으로 부채비율이 19.8%에 불과한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670억원일 만큼 현금창출력도 우수하다.
다만 헝가리법인의 경우 당장 현금을 끌어올릴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 헝가리법인은 미국 테네시 생산법인과 함께 한국타이어 해외 생산거점 증설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법인 증설에 2027년까지 총액 7590억원을, 미국 테네시법인 증설에 2026년까지 총액 15억7500만달러(약 2조1420억원·원달러 환율 1360원 기준)를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헝가리법인은 높은 자본여력에도 자본적지출(CAPEX)로 오히려 자금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헝가리법인 외에 자본총계가 큰 곳으로는 중국 자싱 생산법인(Hankook Tire China)이 꼽힌다. 자싱법인은 올해 상반기말 자본총계가 1조3795억원인 데다 부채비율이 12.8%에 불과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2324억원으로 한국타이어 전체 종속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다. 특히 자싱법인은 당장 증설 계획이 없어 자금 소요도 적다. 이 때문에 중간배당이나 유상감자를 통해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한국타이어의 핵심 자금공급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미국 판매법인(Hankook Tire America)의 활용도도 높게 전망된다. 미국 판매법인의 올해 상반기말 자본총계가 1조88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7.8%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862억원을 달성했다. 이외에 자금공급원으로서의 활용도가 높은 자회사로 자본총계가 1조140억원인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ankook Tire Indonesia)과 5643억원인 중국 장쑤 생산법인(Jiangsu Hankook Tire)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