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은 연내 한국앤컴퍼니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주축으로 활동하던 이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이미 정기인사를 통해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을 한온시스템 인수후통합(PMI) 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아직 이사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배당 축소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온시스템이 최근 수년간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보여왔던 만큼, 한국앤컴퍼니그룹가 무리한 배당을 받기보다는 경영정상화에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보접근성 항목 제외하면 모두 2점대 점수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한온시스템는 255점 만점에 총 130점을 받았다. 해당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포함해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평가 항목은 총 6개로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항목별로 5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한온시스템의 평균 점수는 2.68점이다.
한온시스템 이사회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비롯해 배민규 부사장, 이동춘 부사장 등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 인사로는 서정호 부사장이 있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비롯해 ESG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사외이사는 5명이다.
회사 내부에서 경영을 직접 이끄는 인물은 이사회에 몸담고 있지 않다. 한앤코는 피인수 회사에서 집행임원제도를 운영한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제도다.
정보접근성 항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사내이사인 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맞고 있는 만큼 구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최근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운영이 중시되며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추세다.
경영성과 항목에서는 2.1점을 받는 데 그쳤다. 올 3분기 매출 2조4353억원, 영업이익 4702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4조5000억원의 차입금과 3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 등이 재무구조 발목을 잡았다.
◇수년간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기록
한국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통한 한온시스템 인수를 연내 마무리지을 예정인 만큼 이사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로 한국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54.77%를 갖게 된다. 동시에 글로벌 자산 총액은 26조원으로 늘고,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한다.
지난 4일에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온시스템 PMI 추진단을 발족했다.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이 추진단장을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 포드 출신 임원진이 들어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포드와 한라그룹(만도기계)의 합작으로 출범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라그룹의 지분이 전부 넘어가면서 1998년 포드 산하의 비스테온 계열로 편입됐다. 이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0년 포드에서 독립했다.
지금은 지분 관계가 없지만 한때 포드 계열이었던 만큼 주요 경영진 역시 포드 출신이 많다. 대표집행임원인 너달 쿠추카야 사장과 나가 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사장 모두 포드에서 근무하다 한라비스테온공조 시절 이동한 인물들이다.
배당 축소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PEF 운용사 한앤코의 포트폴리오였던 만큼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인수를 마무리 지은 이듬해인 2016년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해 연간 50~60%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37%)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올해는 실적 부진에 따른 부족한 배당 여력과 더불어 매각을 염두에 뒀던 만큼 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021년 -1775억원, 2022년 -4576억원, 2023년 -467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앤컴퍼니는 무리해서 배당금을 받는 것보다 경영정상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