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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발행, 자산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재무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차입금이 4조5000억원에 육박해 부채비율이 270%를 웃돌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한온시스템 경영권 인수에 나선 데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재무구조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수년간 부채비율을 50% 아래로 유지해온 데다 3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자산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다.
◇한온시스템 부채비율 274%…연결 편입시 한국타이어 재무 부담 지난달 확정된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인수구조를 보면 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중 일부를 1조2277억원에 매입하고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6000억원을 투입한다. 결과적으로 총액 1조8277억원을 들여 한온시스템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19.49%에서 54.77%로 늘린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를 통해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로서는 한온시스템에 대한 지분율 확대로 기존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재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74.0%로 높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 차입금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말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4조4774억원이다. 3년 반 전인 2020년말보다 1조원 넘게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로 따지면 46.1%로 50%에 근접한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으로 봐도 3조7780억원이나 된다. 차입금 구성을 보면 공모채를 적극적으로 발행하는 가운데 은행권으로부터 단기차입금도 조달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현금창출력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미국 포드(Ford) 등 주요 매출처의 고정 수요를 바탕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2년 8145억원, 지난해 8757억원 등 최근 수년간 매년 8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전용 프로그램 양산을 위해 올해부터 총액 1163억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주에 신규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사업장 중심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소요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최대주주에 따른 배당금 지급 부담이 겹치면서 현금이 모자라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한국타이어 실질적 무차입…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여유 한온시스템이 짊어진 차입 부담에도 한국타이어가 경영권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는 데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재무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1.8%에 불과하다. 총차입금이 1조1956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이 2조9639억원으로 워낙 많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다. 1조8000억원이 넘는 한온시스템 경영권 지분 인수자금 충당을 자신하는 이유다.
차입금 구성을 보면 리스부채(5231억원)가 대부분으로 은행권 차입금과 회사채는 비교적 소액이다. 특히 회사채의 경우 2020년 3월 3년물(1500억원)과 5년물(1500억원) 합산 3000억원 규모 공모채 이래로 발행 사례가 없다. 3년물의 경우 만기 때 상환해 올해 상반기말 미상환 회사채는 5년물뿐이다. 이처럼 한국타이어가 역사적으로 대규모 차입을 조달한 사례가 드문 만큼 2017년 이래로 부채비율이 50%를 넘긴 적이 없다.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사실상 상환 의무를 지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사례도 없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헝가리,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등 다수 해외 자회사에 대해 현지에서 차입을 조달하는 재무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들 해외 자회사의 현지 차입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별도 기준 한국타이어가 자회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자에 제공한 합산 지급보증 한도는 7384억원이다. 이마저도 한국타이어의 별도 기준 자본총계(5조7777억원)에서의 비율이 12.8%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한국타이어가 차입 필요성이 적은 데는 기본적으로 현금창출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 EBITDA가 지난해 1조8000억원을 넘겼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원을 달성했다.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올해 상반기말 현금성자산이 3조원에 육박할 수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