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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비용 분석

한온시스템, 연 이자만 '2300억'…유증 효과는

유증 자금으로 2000억 상환, 금융비용 300억~400억 절감 '전망'

고진영 기자  2024-11-15 08: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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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초 0%였지만 연말에는 4.5%까지 치솟았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연초 1.25%에서 1년 만에 3.5%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와 함께 시장금리도 급격히 상승하자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들은 상상 이상의 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했다. 차환이냐 상환이냐를 놓고 이전보다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금리 상승의 압박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를 슬기롭게 대처한 기업들도 있다. THE CFO가 2023년 현재 이자비용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현실을 조명해본다.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 품에 있다 보니 매년 대규모 배당을 감행해 왔다. 빠듯한 사정에 외부자금을 끌어쓴 만큼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덩달아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현금흐름이 시원찮았는데 유상증자 덕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한온시스템은 9월 말 기준 연결 이자비용이 195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론 무려 2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4년 전체 영업이익이 3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대부분 이자로 나간다는 말이 된다.

이 회사는 2016년을 기점으로 차입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5년 4000억원 수준이던 연결 총차입금이 이듬해 6000억원대로 점프했다. 2018년 1조원, 2010년엔 3조원을 넘기면서 빠르게 늘었고 올 9월 말 기준으론 4조4461억원을 찍었다.


순차입금 역시 마찬가지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2015년 한온시스템은 순현금 상태였으나 이듬해 깨졌다. 또 불과 4년 만인 2019년 순차입금이 2조원대로 점프했으며 작년부턴 3조원대 규모가 계속되고 있다.

차입이 과중해진 것은 버거운 자본적지출(CAPEX)와 배당 부담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그룹의 FC&C(Fluid Pressure & Controls)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1조3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또 신차 개발에 대응한 설비 확보와 해외 생산설비 확장, 친환경차 공조부품 개발 등 투자 소요가 계속됐다. 최근 5년간 CAPEX로 흘러나간 금액만 3조3000억원, 연평균 6600억원에 이른다.

투자 지출이 늘어난 와중에 배당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830억원(지급일 기준)을 배당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당기순이익이 589억원 수준이었는데 그 3배를 넘는 돈이 배당으로 빠졌다. 2016년부터 잉여현금흐름이 순유입(+)을 기록한 때가 2020년 한 번 뿐이니 없는 돈을 빌려다 배당을 준 셈이다.


무리한 배당의 원인은 대주주에 있다. 2014년 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오토홀딩스)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대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한온시스템에서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으로선 잉여현금이 바닥난 탓에 차입으로 메워야 하고 그만큼 이자비용이 확대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나빠졌다. 거기서 또 배당을 풀어 다시 잉여현금이 동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앤컴퍼니그룹으로 편입을 앞둔 만큼 사정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주체로 나선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 보유지분 중 일부(1억2277만4000주)를 1조2277억원에 사들이는 인수조건을 확정했다. 동시에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에 6000억원을 투입, 지분 54.77%를 확보해 경영권을 손에 넣는다.

한온시스템은 이 6000억원 중 40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2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쓰기로 했다. 3분기 말 총차입금이 4조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재무개선 효과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자비용을 어느정도 절감할 수는 있을 전망이다.

유증 자금 6000억원이 들어오면 한온시스템은 차입금을 상환하지 않더라도 부채비율 자체가 230%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돈으로 고금리 부채부터 갚겠다는 입장이다. 회사채를 포함한 전체 채무 중 1조5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2025년 도래한다. 같은 해 이뤄질 이자비용 감소폭은 약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짐작된다.

회사 측은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룹사 일원이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만기 차입금 상환은 문제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 규모는 미정이나 높은 이자비용을 발생시키는 채무는 우선 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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