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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조달 점검

하나카드, 2년째 '금리인하' 베팅…단기조달 전략 통할까

⑥나홀로 '만기 1.5년' 고수…금리 인하 타이밍 노리고 ABS 발행도 미뤄

김보겸 기자  2024-10-07 11:40:32

편집자주

지리하게 이어 오던 고금리 시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소폭 낮아지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사채 비중은 줄여가며 다양한 조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조달 전략을 들여다 본다.
하나카드가 차입금의 평균 만기를 2년 이하로 짧게 관리하고 있다. 여타 카드사에서는 5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 구조를 장기화하고 있지만 하나카드는 길어야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단기 조달 전략을 올해에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다. 통상 장기채보다 단기채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조달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다. 금리가 내리면 차환 발행으로 빠르고 더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데다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단기화 리스크 감수하며 유동성 관리 초점

하나카드의 CFO는 홍윤기 경영지원그룹장(상무)이 맡고 있다. 지난해 1월 하나은행 영업통 출신인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수장을 맡으면서 정통 재무전문가인 홍 상무를 선임했다. 이 사장이 영업력을 바탕으로 외형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재무 안정성을 뒷받침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취임하자마자 홍 상무가 택한 전략은 단기물 중심의 조달이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듀레이션을 1.5년 미만으로 관리하며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는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금융 복합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자금조달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특히 하나카드는 조달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회사채(여전채)로 영업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카드채 발행 금리는 신용등급과 연동된다. 하나카드의 신용등급은 AA로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AA+인 것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홍 상무의 단기 조달 전략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차입금 평균 만기를 1.5년 수준으로 지속 관리하면서다. 작년 말까지 72.5%였던 회사채 비중이 80% 가까이 늘어났지만 만기는 평균 2년 수준으로 발행했다. 타 카드사들이 만기 5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해 장기 조달 구조를 마련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모습이다.

올해도 레포펀드 등 매칭 수요를 적극 활용해 만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레포펀드는 채권을 매수한 뒤 이를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자금을 빌려 다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여기서 RP 금리는 기준금리와 연동되며 금리가 떨어지면 RP 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나카드가 금리인하에 베팅한 사례는 또 있다. 애초 올 하반기 4억달러(약 5380억원) 규모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나서려고 했으나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서다. ABS는 매출채권 등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회사채보다 거래가 복잡하다. 하지만 담보가 있어 국내에서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유리한 금리에 발행할 수 있고 만기도 상대적으로 길다.

굳이 연내에 ABS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카드 측은 "해외 ABS 발행 시기를 2025년 상반기로 이연할 지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달비용 절감 위해 단기화 나섰지만...

다만 홍 상무의 단기조달 전략이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고금리 회사채 만기를 최대한 짧게 발행해 앞으로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차환 발행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게 단기조달 전략의 장점이다. 하지만 단기 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자금 시장이 불안정할 때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위험이 존재한다.

단기 채권은 만기가 빨리 돌아오는 만큼 지속적으로 차환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는 자금 시장의 불확실성이나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노출된다.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이나 금융 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면 오히려 단기 조달 전략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 단기 조달을 기본으로 하는 전략은 유동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카드사는 자금 회전 속도가 빠르다 하더라도 만기가 짧은 부채가 많을수록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 하나카드가 올 들어 기업어음(CP) 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였다고는 하나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 비중이 여전히 업계 평균 수준인 38%에 달한다.

조달한 자금 중에 40% 가까이는 1년 내 만기가 돌아온다. 이런 비중이 높을수록 회사는 매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단기 조달이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만기 5년 이상 회사채나 ABS 비중을 늘리는 타 카드사와 달리 하나카드는 평균 만기를 1.5년 수준으로 짧게 관리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조달 비용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금리가 예상대로 내리지 않거나 차환에 실패할 경우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일 수 있다.

장기채 발행은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고 자금 조달 안정성을 높이지만 하나카드의 경우 이런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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