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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CEO 연임 신호등

탁구 치고 수박 나누고…'영업왕' 하나카드 이호성 거취는

①트래블로그 600만 돌파와 법인카드 급성장, 연임 청신호 될까

김보겸 기자  2024-10-17 14:53:54

편집자주

연말 임기 만료를 맞는 카드사 수장들이 연임 시험대에 섰다. 이들은 성숙기에 접어든 카드사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각 카드사 CEO의 성과와 한계를 통해 연임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본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사진)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그는 하나카드의 ‘1호 영업사원’이다. 과거 은행 임원 시절부터 영업의 길을 걷고 있던 그는, 카드사 CEO로서도 여전히 자신이 직접 고객을 만난다. 실무진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표도 고객을 모시려 발바닥 땀나게 뛰는데 우리라고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는 직원들 마음속에 경각심을 심는다.

그의 솔선수범은 성과로 드러난다. 특히 법인카드 실적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하나카드는 이제 신한카드를 맹렬히 추격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에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더 이상 말이 아니라 현실 속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이호성 대표의 연말 임기가 다가오며 그의 연임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하나카드 구원투수로 선임됐다. 상고 출신에서 영업력 하나로 지주 수장에 오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빼닮은 이력을 갖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그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한 만큼 당시 하나카드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가 10년 넘게 낮아지고 있는 반면 고금리 시기 카드사 조달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며 실적을 깎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취임 이후 이 대표는 하나카드를 하위권에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 기준 하나카드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7%나 증가한 1166억원을 기록하면서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가장 큰 증가폭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두 가지 부문에서의 실적이 이를 견인했다.

◇법인카드 분야서 신한카드 맹추격…"할 수 있다" 자신감 이식

이 대표는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건 조직의 자신감이다. 그는는 더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임직원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그 믿음이 현실화한 대표적 사례가 법인카드 실적이다.

법인카드 분야에서 하나카드는 지난해 8월 기준 신한카드와의 격차가 1조23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올 8월에는 법인카드 일반매출 규모가 8조86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넘게 성장했다. 신한카드와의 격차도 659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법인카드 분야에선 신한카드와도 붙어 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대목이다.

특히 법인카드 시장이 올해 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카드는 15%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이 대표의 영업력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법인카드 실적은 이제 하나카드 차원에서 집중 관리하고 있는 주요 지표로 거듭났다.



또 하나의 성과는 트래블로그다. 해외여행을 갈 때 현금으로 환전할 필요 없이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웬만한 나라에선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획기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며 지난 8월 기준 가입자 6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나카드를 넘어 업계 전체에 트래블카드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잇달아 유사 상품을 출시하며 해외여행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방식을 바꿔 놨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45%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반으로 하나카드는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지주 차원에서의 기여도도 두드러진다. 올 2분기 하나카드 당기순이익이 하나금융지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9%를 기록했다. 하나증권(6.33%)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55%) 대비 기여도가 높아졌다.

◇탁구로 다지고 실적으로 증명한 이호성 리더십

이 대표의 영업력은 회사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영업 실적뿐 아니라 조직 내 소통과 화합에서도 나타난다. 그의 주도로 시작된 하나카드 탁구대회는 동호회 수준을 넘어 전 부서가 참여하는 사내 행사로 발전했다.

복날에는 이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수박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이 대표 취임 이후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비정기적으로도 직원들과 점심 자리를 가지는 등 소통 기회를 자주 마련해 조직 내 화합을 증진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카드업계 하위권에 머물렀던 하나카드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의 개인기가 만들어 낸 법인카드 실적 성장과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성과는 그의 연임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실적 개선뿐 아니라 조직 변화를 이끌어 낸 리더십이 연임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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