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의 연체율이 카드업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업황 악화 속에서도 순익 방어에 성공하며 업계 최하위를 벗어났지만 건전성 관리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비카드사업 양 부문에서 외형 성장을 이룬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하나카드는 차주 신용도를 높이는 '사전적 관리'를 통해 잠재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장기연체 채권 정리가 향후 건전성 관리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1년새 0.69%포인트 상승…외형 확장으로 연체 채권도 늘어 지난해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67%로 집계됐다. 이는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말 대비 증가폭도 가장 크다. 2022년말 연체율은 0.98%로 1년새 0.69%포인트 상승했다. 두 번째로 상승폭이 큰 곳은 롯데카드로 같은 기간 0.57%포인트 높아졌다.
1년간 연체율 변화 추이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2022년말 0.98%였던 연체율은 1분기말 1.14%로 0.16%포인트 상승했고 2분기말과 3분기말에도 각각 전분기 대비 0.34%포인트, 0.18%포인트씩 높아졌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업황 악화 속에서도 영업을 확대하며 순익을 방어해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10억원으로 전년(1920억원) 대비 10.9% 줄어들었지만 이자비용 증가율(87.5%) 등을 감안했을 때 하나금융그룹 안팎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1110억원)을 제치고 업계 순익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지난해말 하나카드의 카드자산은 9조6675억원으로 전년말(9조379억원) 대비 7% 증가했다. 할부금융자산도 1조3579억원에서 1조5389억원으로 13.3% 늘어났고 대출 채권도 2101억원에서 3620억원으로 72.3% 증가했다. 카드·비카드사업 양 부문에서 외형 성장을 이뤘다.
업황 악화 속 외형 확장 정책은 건전성 부문에서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 총 채권이 늘어난만큼 연체 채권 총액도 함께 증가했다. 지난해말 하나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 잔액은 2018억원으로 전년말(1084억원) 대비 86.1% 증가했다.
경쟁 카드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두 번째로 높은 롯데카드(69.9%)와 16.2%포인트 차이난다. 장기 연체 채권 증가율 역시 높은 편이다.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476억원에서 104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6개월 이상 연체 채권도 69억원에서 254억원으로 3.7배 증가했다.
총 채권 대비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의 비중은 0.86%로 나타났다. 전년말(0.43%) 대비 비중이 두 배 확대됐다.
◇카드자산, 1등급 차주 자산 비중 확대…일반대출도 70% 이상 유지 하나카드는 차주의 신용도를 높이는 사전적 관리를 통해 잠재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신용판매와 카드대출, 비카드사업 등 부문에 걸쳐 고신용 차주의 비중을 확대해 향후 추가 연체의 가능성을 낮추는 중이다.
하나카드는 감사보고서상 자체적으로 차주의 신용등급을 1~3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부도율을 근거로 개인과 기업, 소호(SOHO, 개인사업자) 등 차주 특성을 반영해 구분한다. 개인은 부도율 0.66%와 30.53%를 각각 2등급, 3등급 경계 구간으로 설정하고 있고 기업은 1.18%과 13.87%를 기준으로 나누고 있다. SOHO차주는 부도율 7.25% 이하가 1등급, 7.25% 이상 41.35% 미만이 2등급에 해당한다.
지난해말 기준 하나카드의 신용판매자산(상각 후 원가측정)은 6조6722억원으로 이중 1등급 차주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1.64%로 나타났다. 전년말(67.42%) 대비 4.22%포인트 확대됐다.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말에는 1등급의 비중이 2.82%에 불과했다. 총 4260억원 중에 120억원만이 1등급에 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그 비중이 9.8%로 급증했다. 총 자산은 3780억원으로 11.3% 줄어들었지만 1등급 차주 자산은 371억원으로 209.2% 늘어났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경우 2022년말 1등급 차주 자산이 전무했지만 지난해말 166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카드론 대비 비중은 5.88%다.
일반 대출도 1등급 자산 비중이 75.83%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전년말(78.83%) 대비 소폭 축소됐지만 신용판매(71.64%) 보다도 오히려 1등급 비중이 크다. 2등급 비중은 20.36%에서 23.84%로 3.48%포인트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