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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학연' 없는 하나카드, '은행 출신 영업맨' 대거 포진

①출신 학교는 5인5색, 고졸 신화 쓰기도…성과 못 내면 연임에 제동

김보겸 기자  2024-08-27 07: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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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하나카드의 인사 코드는 '영업통·은행 출신'으로 요약된다. 하나카드 대표이사에 오른 이들은 은행 근무 시절 영업부서를 거치며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내 부행장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출신 학교는 중요하지 않다. 계급장 떼고 영업력으로 실적을 보여준다면 고졸 출신도 하나카드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다. 다만 내부출신 대표이사가 나온 적은 없다. 지주사로부터의 독립성과 카드사 전문성을 확보한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갈증은 여전한 셈이다.

◇출신 학교는 무관, '은행·영업통' 강세

하나카드 대표이사들을 살펴보면 출신 학교로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다. 하나카드가 지금의 외형을 갖춘 건 외환은행 신용카드사업부문과 하나SK카드가 합병한 2014년부터다. 통합 하나카드가 출범한 이후 대표이사에 오른 5명의 출신 학교를 보면 전북대와 전남대, 서강대, 고려대가 각각 1명이다. 현 이호성 대표이사는 고졸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선임 당시 연령도 57~62세로 나이대가 다양하다.


출신 학교보다는 영업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져 왔다. 초대 하나카드 대표인 정해붕 전 대표는 전북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제일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에서 영업추진과 전략사업그룹 부행장까지 거친 영업통이다. 정수진 전 대표 역시 하나은행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과 채널1영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카드 업황이 악화하면서는 전략통을 깜짝 발탁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57세 나이로 하나카드 역사상 최연소 대표이사에 오른 장경훈 전 대표를 선임하면서다. 장 전 대표는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CSO)과 미래금융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장 부행장도 역임했지만 사실상 영업통보다는 전략통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전 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하며 하나금융 그룹준법감시인 출신 권길주 전 대표가 선임됐다. 후임으로 그룹장 시절 개인 역량으로 담당 영업그룹을 전국 최고로 이끈 이호성 대표이사가 오르며 하나카드의 영업통 전통을 이어갔다.

◇성과부진·잡음 생기면 제동...이호성 연임 여부 주목

출신 학교를 따지지 않는 배경엔 계급장을 떼고 성과 위주로 평가한다는 인사 기조가 있다. 그간 하나카드 대표이사 자리는 성과가 미흡하거나 잡음이 생기면 단숨에 연임 제동이 걸렸다.

장경훈 전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초대 정해붕 대표가 2연임, 후임 정수진 대표가 3연임에 성공했지만 장 전 대표는 하나카드 출범 이후 최초로 연임을 포기했다. 실적 반등에 힘입어 1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공식 회의석상에서 부적절한 언행 논란으로 사임하면서다.

장 전 대표의 후임을 맡은 권길주 전 대표 역시 만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오르며 임기 말 초라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하나카드 대표이사들이 은행 출신으로만 꾸려져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하나카드가 지주에서 추천한 대표이사 후보자만 추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카드 내부에서도 내부 출신 대표이사 선임 수요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이호성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하나카드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행에서 쌓은 이 대표의 영업력을 카드업계 수익성 꼴찌 꼬리표를 떼는 데 쓰려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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