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평가를 실시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이사회와 위원회 출석률, 교육 참여율,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 등이 이사에 대한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컨설팅 등을 통해 평가 항목을 적합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으며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사회 평가가 내부 평가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 상장사에서 각 이사가 본인을 평가하거나 다른 이사를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내부 평가 결과가 그대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올라가 사외이사 재선임의 근거로 이용되거나 보상위원회에 올라가 보수 산정의 근거로 이용된다.
반면 이사회에 대한 외부 평가를 실시하는 상장사는 드물다. 대표적인 상장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정도다. 하지만 이들 상장사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외부 평가를 실시한다는 사실만 언급할 뿐 어느 기관으로부터 어떤 항목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외부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평가는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다. 이사회 평가도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부분 상장사가 이사회에 대한 평가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 평가를 도입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각 이사가 본인만 평가할 경우 실효성에 의문이 들지만 다른 이사를 상호 평가할 경우 일정 수준의 견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를 평가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하지만 내부 평가는 결국 이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야하는 일이다. 애초 '내 일'이나 '우리 일'은 잘 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이미 편향된 시각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모 상장사의 경우 본인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지만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5점 만점에 4.5점을 넘기는 고득점을 달성했다. 평가를 하는 사람과 평가를 받는 사람을 나눠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분명히 이사회 평가를 도입하고 있는 흐름은 반갑다. 하지만 평가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의미가 있다. '셀프 평가'만으로는 보여주기식 행위에 그칠 우려가 있다. 물론 외부 평가가 능사는 아니다. 평가 기관의 신뢰성과 평가 항목의 적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평가만 받고 정작 개선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제 3의 눈' 도입이 이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