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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불황 준비하는 SK해운, 믿을 구석 '장기계약'

①4년간 장기운송 비중 44%→65%…SK그룹과 거래 지속, 계열사 화주로 확보

고진영 기자  2024-09-05 15:34:19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해운업은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이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업황이 좋을 때 채워둔 곳간으로 침체기를 버틴다. SK해운은 해운업이 기록적 호황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지금 비교적 유리한 입지에 있다.

장기계약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만큼 구조적으로 변동성에 강한 면역력을 가졌다. SK에너지와 SK가스 등 믿을만한 기업들을 화주로 확보해 뒀다.

올 3월 말 연결 기준으로 SK해운은 탱커선(원유선) 24척과 LNG(액화천연가스)선 14척, LPG(액화석유가스)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제품선 1척 등을 운용 중이다. 종속회사가 보유한 선대 8척과 지분선 2척 등이 포함됐다.

매출 비중을 보면 작년 말 기준 탱커선이 39.5%로 가장 크고 가스선(LNG선, LPG선)이 28.6%, 벌크선 14%, 벙커링선이 17.8% 등을 차지하고 있다. 벌크선을 제외하면 모두 장기계약 중심이다.

이 가운데 탱크선은 매출(7449억원)의 약 77%(5707억원)를 장기계약으로 벌어들였으며 가스선은 5400억원 규모의 매출 전부가 장기계약에서 나왔다. 벌크선의 경우 유일하게 매출(2641억원)에서 장기계약이 차지하는 부분이 1156억원(44%)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나머지는 스팟(Spot)계약 등으로 채워져 있다.


장기운송계약은 보통 신용이 우량한 화주가 특정한 화물을 장기간 운송할 때 이용한다. 선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일정한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장기계약의 장점은 운임비나 연료비가 등락해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데 있다. 연간 계약된 약정수송량에 대해 고정운임이나 원가보상 방식으로 운임이 적용된다.

고정운임계약의 경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 변동분이 유류할증료(BAF)를 통해 화주에 전가되고 원가보상계약은 원가에 일정 수준을 가산해 운임을 정산한다. 해운시장에 불황이 찾아와도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한 이유다. 물론 유가가 떨어질 경우 연료비보전분이 축소돼 매출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손익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다.

SK해운은 2015~2016년경 시황이 어두웠을 때 스팟영업 비중이 높은 벌크선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전하기도 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간 본 영업적자 규모가 1561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28척이 넘는 벌크선을 매각하거나 반선하고 우량화주 중심으로 장기운송계약을 늘려왔다.

실제로 2019년부터 올 3월까지 SK해운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 LNG운반선 4척,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4척 등 21척을 새로 건조하고 그 중 VLGC 3척을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했다. 덕분에 전체 매출에서 장기운송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4.7%였지만 2022년 50%를 넘겼고 지난해 말엔 65%를 기록했다.


애초 SK해운은 2017년 4월 SK마리타임이 해운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신설 법인으로 세워진 곳이다. 이듬해 10월 한앤컴퍼니가 지분 79%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특수모적회사 한앤코탱커홀딩스가 SK해운 지분 71.43%를 가진 최대주주다. 하지만 SK그룹의 지주사 SK 역시 여전히 지분 16.3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있으며 그룹과의 거래관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SK해운은 SK E&S, 한국가스공사 등과 LNG수송을 목적으로 장기계약을 체결 중이다. 또 SK에너지와는 중동지역에서 도입하는 원유수송을 위해, SK가스와는 LPG 수송을 위해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인도 릴라이언스(Reliance) 등도 화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과의 장기계약을 통해 발전용 석탄을 수송한다. 평균 잔존계약기간은 약 7년 수준이다. SK해운은 LNG운반선 10척을 추가로 건조 중이며 올해부터 2026년까지 카타르에너지 등과의 장기운송계약에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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