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SKC에서 떨어져 나온 SK마이크로웍스가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정연중 전 넷마블 재무기획실장을 선임했다. 정연중 CFO는 과거 LS그룹에 재직하면서 북미 전선 제조사 수피리어에식스(SPSX)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기여한 인물이다.
원가 관리, 불필요한 비용 감축 등으로 수익성 제고를 촉진하는 과제가 정 CFO에게 부여됐다. 동시에 생분해필름을 위시한 친환경 사업을 확장할 실탄 마련도 모색해야 한다.
SK마이크로웍스는 SKC의 필름사업 매각을 계기로 출범한 회사다. 필름사업은 SKC의 초기 성장을 견인한 '효자' 역할을 해냈다. 197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선보인 이래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대목이 방증한다. 2021년에 1조131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연결 기준 실적의 33%를 차지하는 규모다.
필름사업 정리가 이뤄진 건 2022년이다. SKC 경영진은 △2차전지 소재 △반도체 소재 등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신산업의 팽창을 눈여겨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2019년 배터리용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옛 KCFT) 인수 이래 늘어난 차입 부담이 계속 해소되지 않았던 만큼, 유동성을 확보해 대응할 필요성도 반영됐다.
원매자 가운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를 낙점하면서 필름사업 매각이 급물살을 탔다. 산업소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C미래소재'를 세우고, 한앤컴퍼니가 새 회사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 거래 방식을 짰다. 인수 총액은 1조5950억원이었다.
한앤컴퍼니는 2022년 12월에 인수를 마무리한 뒤 SK미래소재의 사명을 'SK마이크로웍스'로 바꿨다. 간판을 교체하는 동시에 정연중 전 넷마블 재무기획실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정 CFO는 딜로이트 안진을 거쳐 LS그룹 계열사인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와 수페리어에식스(SPSX)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넷마블에 재직하면서 내부회계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넷마블이 투자한 회사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파견돼 자금 수지를 점검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SK마이크로웍스의 재무적 과제로 단연 거론되는 건 생산 원가를 절감해 영업이익률 우상향에 기여하는 일이다. 회사 전신인 SKC 산업소재사업부 수익성이 그동안 다른 부문과 견줘 열위에 놓였기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에도 산업소재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6.5%였으나 화학 부문은 18.4%, 2차전지 소재사업부는 11%를 기록한 사례가 방증한다.
정 CFO의 옛 커리어를 관통하는 건 '수익성 향상'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의 재무를 총괄했다. 2008년에 LS전선이 북미 최대 규모의 전선 제조사인 SPSX를 인수키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SPSX에서 자금 관리와 리스크 통제를 담당하는 이사도 겸임했다.
SPSX는 인수 초기에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 CFO 등 당시 LS그룹 재무라인이 주축을 이뤄 구조조정을 병행했다. 유럽 공장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2016년이 돼서야 SPSX는 영업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정 CFO는 단기간 수익성 제고를 넘어 중장기 성장 방향에도 부응해야 한다.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으로, 생분해필름 제조 사업을 확대 발전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2000년대에 일찌감치 생분해필름 상용화를 이뤄냈다. 당시 옥수수에서 뽑아낸 수지로 폴리락틱애시드(PLA) 필름을 만들어냈다. 땅에 묻으면 100일 이내에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는 특징을 갖췄다. 신선식품 포장재나 쇼핑백 등으로 쓰이고 있다.
SK마이크로웍스는 생분해필름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보강하는 한편, 과거에 쓰던 옥수수와는 다른 물질로 필름을 양산하는 데 매진했다. 곡물 원료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데다 식량 수급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 CFO의 해법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