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진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부행장(
사진)은 올 상반기 이례적 원포인트 인사의 주인공이 되며 존재감을 키웠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기업금융과 함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의 핵심 비즈니스로 꼽힌다. 임 회장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류 부행장이 투입된 것이다.
류 부행장은 중간관리자 시절부터 본점 핵심 조직인 재무기획팀과 전략기획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글로벌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 미국 연수를 다녀온 것도 이 시기다. 우리아메리카은행에서 근무한 뒤로는 일선 영업점을 이끌며 영업력을 입증했고 다시 글로벌그룹으로 돌아와 조직 쇄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간관리자 시절 미국 연수…'재무·기획' 거쳐 글로벌 투입된 엘리트 류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고 한일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인사에서 글로벌그룹장이 되면서 임 회장의 연세대학교 후배라는 점이 부각됐으나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류 부행장은 중간 관리자 시절엔 본점 재무와 전략 조직에서 근무했다. 한빛은행 시절인 2001년 재무기획팀 과장으로 일했다. 당시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직후로 양행 재무라인을 통합하고 업무 및 의사결정 체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던 시기였다. 2002년 한빛은행이 평화은행과 합병해 우리은행이 될 때도 재무기획팀에서 근무하며 인수 후 합병(PMI) 실무에 힘을 보탰다.
이 기간 업무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류 부행장은 미국 연수 기회를 잡았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MBA)으로 연수를 갔고 2004년 졸업했다. 미국 연수는 류 부행장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본사 브레인으로 인정받으면서 2005년 전략기획부 차장으로 부임했고 6년간 근무했다. 중간 관리자 시절부터 핵심 부서인 재무와 전략 분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011년에는 부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우리아메리카은행에 부임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우리은행의 미국 법인으로 글로벌 금융허브인 뉴욕에 있다. 해외 지점과 달리 법인은 현지 당국의 깐깐한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선진 금융시장의 시스템을 경험하고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미국에서 국내로 복귀한 후에는 주로 일선 영업점에서 활약했다. 2015년 언주역지점장, 2017년 광희동지점장, 2019년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외환업무센터본부장, 2020년 가산IT영업그룹본부장, 2021년 인천부천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기업 밀집 지역으로 타행과 경쟁이 치열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가산, 인천, 부천에서 영업력을 입증하면서 2023년 외환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지점장 승진 후 입증한 영업력…이례적 원포인트 인사 주인공 지점장 시절 검증된 영업력은 지난 4월 류 부행장이 글로벌그룹장으로 긴급 투입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의 글로벌 인프라가 탄탄한 것에 비해 영업력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기업금융 영업을 활성화한 것처럼 글로벌 비즈니스에 역동성을 부여할 담당 임원이 필요하다고 봤고 8년간 지점장 또는 센터장으로 영업 조직을 이끈 류 부행장을 낙점했다.
류 부행장이 본점 업무에 익숙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우리은행은 해외 법인에 대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전진기지 외형을 키워나가고 있다.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는 글로벌 그룹장은 자본 효율성을 감안해야 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트렌드를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재무, 전략, 글로벌을 모두 경험해 본 류 부행장은 해외 법인과 지점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임원이라는 평이다.
류 부행장은 올해 글로벌 네트워크 영업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11곳 중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증가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7곳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의 주포 역할을 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법인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