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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오른 조병규 우리은행장

①남은 임기 영업보다 금융사고 수습 초점…'준법감시·경영기획' 이력 십분 활용해야

최필우 기자  2024-09-04 12:45:40

편집자주

우리은행이 리더십 교체 1년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2022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횡령 사태가 재발했고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여기에 행장 임기 만료 시점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태를 수습하고 리더십을 정비할 수 있을까. 늘 그랬듯 위기를 타개하는 건 결국 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과 주어진 과제를 살펴봤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영업력'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행장 선정 과정에서 영업력에 초점을 맞추겠다 밝혔고 그 결과 낙점된 인물이 조 행장이다. 지점장 시절 핵심역량지표(KPI) 1위 이력은 그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가 취임 후 두 차례나 시중은행 순이익 1위 목표를 공언할 수 있었던 것도 본인의 최대 장점을 알고 있어서다.

조 행장 취임 1년이 지나면서 그의 주특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100억원 규모 횡령 사태와 350억원 규모 부정대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조 행장의 영업력보단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은 임기 4개월 동안 순이익 1위 목표 달성보다는 현 사태 수습이 그의 연임 관건이다.

◇'KPI 1등' 이력보다 '준법감시인' 경험 중시되는 시점

조 행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우리은행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순이익 1위 목표를 밝혔다. 시중은행 경영전략회의 주요 내용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만큼 경쟁사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도 있다. 조 행장이 경영전략회의에서 순이익 1위를 공언한 건 연초에 이어 두 번째다.


조 행장의 두 번째 순이익 1위 선언은 연초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월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횡령 사건은 2022년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난 지 2년 만에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태로 우리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때였다. 대규모 금융사고에도 불구 영업력 강화를 최우선시하는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이 1위 목표를 재선언한 지 2주 남짓 만에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2년새 수백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세 차례나 반복되면서 은행권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상실할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 행장을 직접 언급하며 책임을 묻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 7월 조 행장 취임 후 행보를 평가 절하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6735억원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주력으로 삼고 있는 기업금융 영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에는 경영 기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제치고 연간 순이익 1위에 오른다 해도 최근의 금융사고로 인한 비판 여론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오히려 내부통제를 등한시하고 이자 장사에 몰두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조 행장은 영업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경험도 풍부하다. 영업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한 직후 준법감시인으로 2년간 재직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후에는 조직 전반에 관여하는 경영기획그룹장으로 1년 넘게 일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은행 전반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손질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검찰 압수수색·금감원 조사 경과 촉각

조 행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단기간에 변하고 있는 와중에 임기 만료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1년 6개월의 재임 기간을 부여받아 오는 연말 임기가 끝난다. 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에 따라 우리은행은 조 행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전인 이달 말께 CEO 승계 프로세스를 개시해야 한다.

최근 검찰이 우리은행 본점과 몇몇 영업점을 압수수색하고 금감원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앞두고 있어 CEO 승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 행장은 부정대출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감원은 경영진이 보고를 받고도 관련 내용을 당국에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 행장은 부정 대출 보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벗어야 연임 도전이 가능하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CEO 승계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가급적 빠른 시점에 확정하고 충분한 검증 시간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 행장의 거취가 명확해져야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부담을 덜고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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