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 부행장(
사진)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CEO의 출신 은행에 관계 없이 중용되고 있다. 상업은행 출신인 유 부행장은 이광구 전 행장(상업)의 비서실장으로 낙점됐고 이원덕 전 행장(한일) 때 CFO가 됐다. CEO가 교체되면 CFO도 바뀌는 게 은행권 관행이지만 조병규 행장(상업) 체제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우리은행이 부정대출 사건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CFO인 유 부행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그는 행 전반에 관여하는 CFO로 업무 관행을 개선하는 TF도 이끌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1968년생인 그는 조만간 개시될 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세대교체 주자로 주목받는다.
◇'한일' 출신도 찾는 '상업' 출신 CFO 유 부행장은 올해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조 행장 체제에서 CFO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CFO는 자금의 조달과 운용 뿐만 아니라 행장을 지척에서 보좌하고 행 전반의 주요 업무에 관여하는 자리다.
그가 CFO로 낙점된 건 이원덕 전 행장 취임을 앞두고 있었던 2022년 2월이다. 당시 유 부행장 인사는 행내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런던 지점에서 4년간 근무한 그는 2021년 12월 런던 현지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한 참이었다. 본부장 승진 두달 만에 부행장으로 한번 더 승진하고 CFO라는 요직까지 맡게 된 것이다.
특히 계파가 남아 있는 우리은행 내에서 이례적인 인사로 주목받았다. 한일은행 출신 CEO가 상업은행 출신 CFO를 낙점한 흔치 않은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원덕 전 행장의 전임자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본인과 같은 상업은행 출신인 김정록 전 부행장(현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조병규 전 부행장(현 우리은행장)을 CFO로 기용한 바 있다.
유 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 CEO 재직 기간에도 중용됐다. 이광구 전 행장 시절인 2014년 12월 비서실장에 취임했다. 이광구 전 행장은 재직 기간 내내 유 부행장을 비서실장으로 두고 교체하지 않았다. 유 부행장에 대한 신뢰가 깊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행장도 취임 후 본인이 임명하지 않은 유 부행장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행내에서는 유 부행장이 계파 불문 CEO들의 선택을 받는 요인으로 그의 인사부 이력을 꼽는다. 그는 차장 시절인 2005~2009년 5년 간 인사부에서 일했다. 당시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통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사에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유 부행장은 이 시기 인사부를 경험하면서 행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이다.
◇행내 혼란 수습 역할 이목집중 유 부행장은 잇따라 내부통제 부실을 겪고 있는 우리은행의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출범한 '관행·제도 개선 솔루션 액트(ACT)' TF 담당 임원이다.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TF를 통해 은행 전반의 업무 관행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TF 담당 임원이 되면서 유 부행장은 우리은행을 이끄는 경영진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연말 조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CEO 승계 프로그램이 개시되면 유 부행장도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력 강화보다 조직 문화 개선이 핵심 아젠다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사와 경영기획 분야에 정통한 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부행장단 내에서 세대교체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우리은행 고위 임원진인 행장, 부문장은 1965~1966년생으로 이뤄져 있다. 부정대출 사태가 원활히 수습되고 분위기가 안정되면 조 행장 연임 또는 부문장의 영전에 힘이 실린다. 세대교체 필요성이 부각될 경우 유 부행장이 급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