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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

'계파 갈등·부정대출 사태' 무풍지대 기동호 부문장

②행내 유일 '평화은행' 출신 부행장…손꼽히는 영업력, 핵심 조직 '기업·글로벌그룹' 관할

최필우 기자  2024-09-06 07:31:57

편집자주

우리은행이 리더십 교체 1년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2022년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횡령 사태가 재발했고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사건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여기에 행장 임기 만료 시점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태를 수습하고 리더십을 정비할 수 있을까. 늘 그랬듯 위기를 타개하는 건 결국 조직 내부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과 주어진 과제를 살펴봤다.
기동호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사진)은 행내 유일한 평화은행 출신 부행장으로 상징성을 갖는 인물이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을 전신으로 한다. 한빛은행이 다시 평화은행을 흡수하면서 현재의 우리은행이 됐다. 평화은행은 상업·한일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탓에 행내 비주류로 인식됐다.

그는 특정 계파에 의존하지 않고 영업력 만으로 여러 부행장을 관리하는 부문장 자리까지 오르며 입지전적인 성장 스토리를 만들었다. 조병규 행장, 김범석 개인부문장과 쓰리톱을 구축해 경영진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핵심 비즈니스인 기업금융과 글로벌 사업을 관할하고 있어 향후 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계파 의존 없는 입지전적 성장 스토리

기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1983년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은행원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평화은행에 입행해 근무하다 2001년 한빛은행과의 합병으로 우리은행 소속이 됐다.


그는 우리은행에 합류한 이후 기업금융과 IB에 특화된 경력을 쌓았다. 2002년 IB사업단 투자금융팀, 2007년 경수기업영업본부, 2010년 투자금융부, 2013년 부천중앙지점장, 2014년 미래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2016년 동역삼동금융센터 금융센터장, 2019년 여의도기업영업본부 본부장을 거쳤다. 우리은행에서 이력의 대부분을 영업 관련 분야에서 쌓은 셈이다.

지난해 3월 그가 IB그룹장에 취임했을 때도 행내에는 수긍가는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을 앞두고 영업력을 인사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영업력만 놓고 봤을 때 기 부문장은 행내에 손꼽히는 인사다.

지난해 말 그가 기업투자금융부문장(CIB그룹장)으로 영전했을 때는 파격 인사로 꼽혔다. 부문장은 선임 부행장 격으로 복수의 그룹과 부행장들을 통솔하는 자리다. 임 회장 취임 후 신설된 직책으로 은행 내에서는 행장 다음가는 위상을 갖는다. 행내 양대 계파로 꼽히는 상업은행 또는 한일은행 출신이 아닌 인물이 '2인자' 격에 해당하는 지위에 오를 것으로 점친 임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계파 중심 은행장 승계와 부행장 선임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 부문장의 역량과 이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 회장이 우리은행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성과주의를 대표하는 인사로 풀이된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실적 부진을 겪었을 때 기 부문장이 이끄는 IB그룹 만큼은 탁월한 성과를 낸 게 그의 영전에 결정적이었다.

◇핵심 비즈니스 '기업금융·글로벌' 전담

기 부문장은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CIB그룹장을 겸직하고 있다. 중소기업그룹도 그의 관할이다. 조 행장이 수립한 전략을 바탕으로 기 부문장이 기업금융, IB 관련 영업을 통솔하는 지휘 체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 '간판 조직'을 기 부문장이 책임지고 이는 것이다.

글로벌그룹도 기 부문장이 지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과 함께 성장 핵심 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낙점했다. 국내에서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 수익원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도 기업금융 영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기 부문장의 영업 무대가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장됐다.

기 부문장은 계파 의존 없이 성장한 스토리와 행내 주요 보직 경험을 바탕으로 조만간 개시될 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을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계파주의 청산과 기업금융 영업력 강화는 리더십 교체와 관계 없이 우리은행이 지속 추진해야 할 중장기 과제다.

최근 우리은행을 둘러싼 부정대출 사건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기 부문장은 내부통제, 준법감시 등은 물론 대출과 관련된 소매금융 업무를 맡은 이력이 없다. 부정대출 사건 여파로 어수선한 영업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하반기 기업금융, IB, 글로벌 비즈니스 실적을 관리하는 게 기 부문장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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