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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자리에 전략통, 현대오토에버의 셈법은

맥킨지 출신의 박재한 상무 영입…단순 '곳간지기' 역할 넘어설 듯

이호준 기자  2024-09-06 08:02:02
현대오토에버는 다소 개방적인 이미지의 회사이지만 외부인사 영입에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매년 내부 ICT 전문가 등을 승진 발탁하며 인재를 육성해 왔다.

다만 올들어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상반기만 해도 국내 최대 카셰어링(차량공유) 업체 쏘카 출신의 류석문 상무와 지두현 상무를 영입한 데 이어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최원혁 상무, 포스코DX 출신 장연세 상무 등 리더급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도 최근 새 인물을 영입했다.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액센츄어 등을 거쳐온 전략기획 전문가 박재한 상무다. 그는 현대차에 커넥티드 카 등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 전략을 제시해 온 경력도 갖추고 있다.

박 상무의 영입은 특히 더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기존에 있던 CFO들은 대부분 회계팀이나 재경팀 등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들이다. 전임 CFO인 황경원 상무만 봐도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약 9년간 현대오토에버 재무팀장으로 역임한 바 있다.

새 CFO인 박 상무는 회사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단 등을 통해 경영과 재무를 전략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에서 CFO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존과 다르게 요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사장의 경력이 주로 '재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현대차 감사실장 출신으로 사법 리스크로 갑작스럽게 물러난 서정식 전 부사장의 뒤를 이어 작년 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감사실장 출신인 만큼 '관리'에 특화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 대신 정보기술 쪽에 대한 지식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법 리스크로 어수선해진 회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안 영입된 인재들에게 사업적인 부분을 맡기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 상무도 기존의 '곳간지기' 역할을 넘어 수익성과 시너지 효과를 검토하는 쪽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오토에버는 박 상무의 영입과 동시에 CFO가 속하던 직책의 명칭을 기획재경사업부에서 혁신전략컨버전스사업부로 변경했다.

박 상무의 책임은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현대차그룹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차량 제어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결승선도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6월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27년 매출 5조원 달성, 향후 5년간 최대 1조1000억원 투자 및 인력 확대 등의 미래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매출은 약 3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박상수 CFO는 전임 황경원 기획재경사업부장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라며 "혁신전략컨버전스사업부도 기존대로 전략기획실과 재경실을 산하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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