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의 안정적 배당수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에서 디지털시스템 구축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공급을 책임진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와 정 회장이 지분 75.29%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오토에버는 2027년까지 최대 35%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 배당성향이 약 30%였던 점을 고려하면 배당 확대 의사를 전했다. 현대오토에버의 현금 보유량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2027년까지 배당성향 최대 한도 '35%'로 상향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2022년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1140원을 지급했다. 전년 대비 63%(440원) 증가한 수준이다. 주당 배당금 기준으로 2019년 3월 상장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배당성향(별도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 비율)은 29%였다.
이에 따라 대주주들의 배당수익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1대주주인 현대차(지분 31.59%)는 98억원, 2대주주인 현대모비스(지분 20.13%)는 62억원, 3대주주인 기아(지분 16.24%)는 50억원, 4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지분 7.33%)은 22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뒀다. 모두 현대오토에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글로비스 등이 정 회장의 승계자금 지원을 위해 배당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6월 확대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2021년 7월에만 해도 당시 기준으로 현재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 과거 5년간의 배당성향 범위는 25~31%였다. 하지만 이를 2027년까지 25~35%로 변경하겠다고 지난해 6월 알렸다. 배당성향 범위를 늘렸다.
◇사채 다 갚아도 현금 5879억 남아…배당 확대 여력 '충분' 현대오토에버는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다. 일단 배당한도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정 기준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지난해 9월 말 6935억원이다. 상장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말 미처분이익잉여금은 4311억원이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많더라도 이를 현금으로 빠르게 바꾸기 힘든 자산에 투자했다면 대규모 배당은 어려울 수 있다. 배당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난 뒤 통상 한 달 안에 이뤄진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는 단기금융상품을 매각(신규 취득 제외)해 약 1600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하는 등 현금보유량을 대폭 늘렸다.
현대오토에버의 현금및현금성자산(지난해 9월 말 기준)은 6538억원이다. 연초와 비교해 36%(1716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리스부채와 사채 등 이자발생부채를 모두 갚아 '무차입 상태'로 만들어도 약 5879억원의 현금이 남는다. 사상 최대 배당액을 올해 다시 경신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중장기 실적 전망도 밝다. 전보다 많은 현금을 배당에 지출하더라도 향상된 현금창출력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등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과 스마트팩토리로 성장을 도모한다는 목표"라며 "그룹 인프라 변화에 따라 현대오토에버는 고성장이 담보돼 있다"고 전했다. 현대오토에버 전체 매출액의 90%가 현대차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