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국내 대표적인 미술품 판매 상장사로 꼽히는 서울옥션의 이사회는 비교적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사회 내 유일한 사외이사인 김광묵 사외이사는 최근 3년 간 이사회 출석률이 30%대에 머물러 있다. 서울옥션 주요 경영사항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결과, 이사회가 경영진 및 오너일가와 사실상 한 몸이 된 상태다.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광묵 사외이사는 1990년 입법고시를 통해 국회에서 일하기 시작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수석 전문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재직 기간 중에는 미술산업 발전방안 등을 다루는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이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내비쳐 왔다.
◇ 2021년 선임 이후 지금까지 이사회 평균 출석률 31% 서울옥션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기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꽤 오랜기간 등기이사 5명으로 이사회를 꾸려왔지만 2021년 사외이사 수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내이사진에는 서울옥션 개인 최대주주인 이호재 이사와 이옥경 대표, 이동용 부사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눈에 띄게 낮다. 김광묵 사외이사는 신규 기용된 2021년 56%를 기록한데 이어 2022년 17%, 2023년 25%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 이사회 출석률은 25%였다. 사외이사 첫 선임 후 올 6월 말까지 평균 출석률은 3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사진의 출석률이 저조한 경우 주주들은 이를 문제 삼아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반대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종합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상에 개별 등기이사의 임기 중 이사회 출석률이 평균 75%를 넘지 않으면 이사 선임 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김광묵 사외이사가 참여하지 않은 이사회 중에서는 중요 안건이 다뤄진 경우도 꽤 많았다. 올 2월 서울옥션의 하입앤컴퍼니 출자 승인을 다루는 이사회에서도 김광묵 사외이사는 출석하지 않았고 지난해 대표이사 선임 건, 교환사채 발행결정 및 자기주식 처분결정의 건, 회사규정 제개정의 건을 다루는 이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낮은 이사회 출석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김광묵 사외이사 선임 전 이사회에 참여한 김종규 전 사외이사와 배동만 전 사외이사 역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61.3%의 출석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 전직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모두 참석한 건 2017년이 유일했다. 전직 두명의 사외이사 보수는 연간 1500만원이었다.
◇ 이사회와 오너일가, 경영진 사실상 구분 없는 상태 결과적으로 서울옥션 이사회 중요 안건 대부분은 사내이사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인 이호재 이사와 이옥경 대표이사가 친인척 관계인 점과 이동용 부사장이 22년 간 재직해온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사회와 오너일가, 경영진 등이 분리되지 않은 채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과 다름 없다.
서울옥션과 함께 미술품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옥션와 비교하면 이사회 특징이 도드라진다. 케이옥션 이사회는 현재 도현순 대표와 김정임 이사, 김병수 이사 등 3명의 사내이사와 박용준, 유복환 등 2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한해 등기이사 5명의 이사회 출석률은 모두 100%를 기록했다.
케이옥션은 서울옥션과 마찬가지로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로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4분의 1(25%)만 있으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40% 비중을 오랜기간 유지하고 있다. 케이옥션은 회계사 출신 박용준 사외이사와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 부소장 등으로 일한 유복환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진을 꾸리고 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모두 개인 최대주주와 함께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운영 질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시총이 작은 상장사는 지배구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이사회가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의 경우 올해 실적 개선을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 197억원을 기록한 2021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 규모가 작아져 지난해 마이너스 3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규제하면서 미술품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5억원을 기록, 연내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