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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미코, HBM 겨냥 신제품 확보에 현금 역량 집중

영업 위축에도 CAPEX 증액, 670억 지출…계열사 활용 조달 전략 견지

김소라 기자  2024-08-14 10:38:2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반도체 부품 제조 및 세정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미코'가 신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라 신규 고성능 메모리 칩 시장도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반도체 부품 상용화에 착수했다. 자체 현금 역량을 이 신제품 개발 작업에 집중시키며 중장기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구조 재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관계 법인 중 기능이 약화된 곳은 신속히 정리하고 이를 신규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여러 상장 법인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만큼 비교적 자금 유연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미코 관계자는 14일 "현재 기보유 현금을 대부분 신사업 투자 목적으로 집행하는 재무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 부품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용도의 건축물 매입 등 유형자산 확충 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 말했다.


이같은 경영 기조는 최근 재무 지표 변화를 통해 감지된다. 미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총 670억원을 자본적지출(CAPEX) 용도로 배정했다. 직전년도 대비 11% 증가했다. 세부적으론 향후 유형자산 본계정으로 대체되는 건설 중인 자산 항목 증가율이 가장 컸다. 장부가 기준 1년 새 약 3배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칩 메이커 투자 지연에 따른 매출 위축 및 현금 유입 둔화 상황에서도 선제 시설 투자에 과감히 베팅한 모습이다.

이는 AI 산업 활성화와 맞물려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부품 투자 목적이다. HBM 생산 과정에서 신속한 가열과 냉각이 필요한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인 펄스히터를 개발, 현재 칩 메이커를 대상으로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내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 재원은 사전에 확충해뒀다. 미코는 지난해 금융기관 차입분을 크게 늘렸다. 현금 흐름 면에서 보면 당해 연결 기준 약 1800억원의 차입 자금이 유입됐다. 결과적으로 재무활동 현금 흐름은 838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20억원대로 집계된 직전년도 대비 유의미하게 변동했다.

특히 미코는 장기물 위주 차입을 늘렸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으로부터 시설 투자 명목으로 꾸어온 자금이 1200억원 인식됐다. 1년 새 차입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120%대로 현재 차입풀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유형자산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자금 집행 타임라인은 적절히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코는 직전년도 대비 연결 매출이 소폭 감소한 반면 매출원가 및 판관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나며 이익분이 상당액 축소됐다. 약 3분의 1 토막 수준인 210억원대에 그쳤다. 임직원 급여를 제외하고 경상연구개발비, 감가상각비 등이 판관비 중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부적으론 사업 재편 작업도 전개하고 있다. 미코는 지난달 환경·에너지 사업부 보완을 위해 대규모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약 520억원을 들여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지분 49.46%를 취득했다. 거래 대상자는 당초 동 법인 인수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이치제일호투자목적회사'로 지난해 말 양사 간 최초 진행한 금전 대여 거래를 지분 인수 형태로 최종 갈음하며 계열사로 신규 편입했다. 이를 계기로 유관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 '미코파워' 역량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열 법인들은 현금 유동성 보강 과정에도 일조하고 있다. 미코는 보유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재무 전략을 견지 중이다. 자회사 지분을 교환 조건으로 설정한 메자닌을 현재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미상환 교환사채(EB) 잔액은 총 590억원이다. 상장사인 '코미코'를 비롯해 '미코세라믹스', '미코파워' 지분을 각각의 EB에 대한 교환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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