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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농협금융지주

반복된 독립성 논란…중앙회 권한 상충 원인은

농협법, 계열사 관리·감독권 명시…금융지주와 역할 중복

이기욱 기자  2024-03-13 10:00:44
농협중앙회장 교체기를 맞아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NH투자증권 사장 선임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간 갈등이 잠시 빚어졌다. 현재 최종 후보 추천이 완료되며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금융감독원 검사가 이어지는 등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관련법의 충돌이다. 농협은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를 중앙회 산하 조직에서 독립시켰으나 여전히 농협법상 지도·감독 등 권한을 갖고 있다. 지주뿐만 아니라 계열사에 대한 지도·감독도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지주와 중앙회간 권한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다.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으로 지배구조 이슈 재점화…일단락 됐지만 논란 지속

농협금융지주와 산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인사 문제는 4년에 한 번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돼왔다. 이번 갈등의 매개체는 NH투자증권 사장이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농협중앙회 측 인사가 유력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농협중앙회 측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지지했지만 유 전 부회장의 부족한 증권업 전문성 등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의 간접적 개입으로 갈등은 일단락 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사장 최종 후보자로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시작된 금감원의 농협금융지주 수시 검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자본은 전국 1111개 농·축협의 출자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농협금융의 실제 주인은 전국의 단위 조합들이다.

단위 농협들 역시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설립·운영되는 곳이다. 특정 법인 또는 개인이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표면상 농협금융은 소유와 경영이 완벽히 분리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농협을 대기업집단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동일인(총수)을 농협중앙회로 지정하고 있다.

◇금융지주법 사각지대…중앙회, 금융지주 및 계열사 '경영 지도' 가능

그럼에도 농협금융은 설립 이후 오랜 기간 독립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년째 유지되고 있는 '1중앙회 2지주'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농협중앙회의 큰 권한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은행계 금융지주사는 주주로부터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받게 돼 있다. 동일인이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마저도 의결권은 4% 이내로 제한된다.

주요 출자자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금융지주사법 제45조 4에 따르면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한 신용공여를 조기회수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영향력 행사도 제한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아니한 자료 또는 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특례가 적용된다. 농협법 12조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오히려 농협법 142조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농협법 142조의 2 1항은 "중앙회는 중앙회의 자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 및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를 포함한다)가 그 업무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회원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음 2항 역시 "중앙회는 제1항에 따른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농협금융 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경영에까지 개입할 수 있다.

이는 농협금융지주와 역할 충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제 11조는 금융지주회사의 업무로 △경영관리에 관한 업무 △경영관리에 부수하는 업무 등 두 가지로 분류해 정해놓고 있다.

경영관리에 관한 업무에는 △자회사 사업목표 부여 및 사업계획 승인 △자회사 지배구조 결정 △자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 검사 △자회사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등이 있다. 부수업무로는 △자회사 자금지원 △금융상품의 개발·판매를 위한 지원 등이 있다.

경영관리 업무는 농협중앙회의 업무와 크게 중복된다.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경우 농협금융지주의 존재 이유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금융지주사법 15조가 위 업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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