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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은 사상 첫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해 수차례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운 하나은행의 특수성이 이 행장 선임에 감안됐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아우르고 은행 통합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하나금융을 이끄는 함영주 회장, 강성묵 부회장(하나증권 대표 겸직), 이행장의 출신 은행은 각기 다르다. 이행장은 구성원의 화학적 결합에 방점을 찍고 행내 통합에 기여한 점은 향후 거취에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외환' 화학적 결합 화룡점정
이 행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1991년 외환은행에 입행하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관리자가 된 것도 외환은행에 재직할 때다. 2012년 IR팀장이 되면서 관리자로 승진했고 이듬해인 2015년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까지 이 행장의 경력은 하나은행과 궤를 달리했다. 이 행장이 외환은행에 입행한 1991년 단기금융회사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재출범했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후발주자로 작은 덩치를 극복하기 위해 M&A를 통한 성장을 도모했다.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인수했다. 이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합병하면서 이 행장도 하나은행의 일원이 됐다.
여러 M&A 중에서도 외환은행 인수는 지금의 하나은행을 있게 한 결정적 딜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단자회사에서 출발한 하나은행이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사에 남을 사건이었다.
그만큼 통합 과정에서의 진통도 만만치 않았다. 인수 이후 합병까지 유예 기간을 뒀고 노동조합의 반발로 예정된 시점에 합병이 무산되기도 했다. PMI(합병 후 통합)도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민간 금융회사로 공격적인 성장을 추진해 온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으로 다소 보수적인 외환은행 구성원을 융합하고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정립해야 했다.
지난해 이 행장의 취임으로 양행 출신 구성원의 화학적 결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은행 출신도 통합 하나은행을 이끄는 CEO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행장이 입증했다. 또 이 행장 주도로 출신 은행을 안분하는 탕평 인사를 단행하면서 구성원 융합에 속도가 붙었다.
이 행장 체제에서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순이익 1위로 리딩뱅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구성원 통합이 있어 가능했다. 내부적으로 계파 갈등을 겪지 않고 은행 구성원이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CEO로 하나은행의 내부 결속을 다져달라는 기대에 부응했다.
◇다양성 중시하는 그룹 리더십
이 행장은 하나은행장인 동시에 그룹 리더십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초 지주 사내이사로 등재돼 부회장 역할을 겸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내이사에 등재돼 있는 함 회장, 강 부회장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함 회장, 강 부회장, 이 행장은 각기 다른 은행 출신이다. 함 회장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하나은행에 합류해 행장을 거쳐 회장까지 올랐다. 하나증권 대표를 겸하고 있는 강 부회장은 하나은행이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합류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하나금융의 CEO 인선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 행장은 외환은행 출신 임직원의 최고 선임 격으로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된 이후에도 그룹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주에서 여러 계열사를 아우르는 역할을 부여받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