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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7명의 KB국민은행장, 공통점과 차이점은

②내부 선임 안정화 기조…주력 분야는 제각각

조은아 기자  2024-08-09 11:12:5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지금이야 KB국민은행이 최대 시중은행으로 탄탄하게 자리잡았지만 사실 호시절로 접어든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통합 국민은행은 2001년 출범했는데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초반 국민은행장을 거친 인물들의 면면을 봐도 당시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국민은행 역시 KB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윤종규 전 회장 이후 많은 것이 안정화됐다. 내부 출신이 차기 행장에 오르는 게 자연스럽고도 당연해졌다. 다만 그렇다고 일정 공식이 생긴 건 또 아니다. 허인 전 행장은 기관영업 쪽에 강점을 지녔고, 이재근 현 행장은 재무 전문가다. 전통적으로 영업과 재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론상으론 모두에게 길이 열려있는 셈이다.

◇7명 중 4명만 '전통 뱅커'…증권맨·학자·회계사 출신도

통합 국민은행에서 행장을 지낸 인물은 모두 7명이다.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KB금융지주만큼이나 찾기 어렵다. 전공이나 취임 당시 나이 정도가 비슷할 뿐이다. 5명이 경영학 혹은 경제학을 전공했고 행장에 처음 선임된 나이는 대부분 50대 후반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과거 지주 회장을 지냈던 인물들과 비교해도 금융 쪽 전문성과 경험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금융업' 자체에 집중한 경험은 행장 쪽이 더 우세하다.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을 하는 지주 회장과 달리 행장의 경우 은행 실무를 한층 가깝게 들여다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7명 모두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이뤄져 있다. 내부 출신이냐, 외부 출신이냐를 놓고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금융 전문성 그 자체를 놓고 크게 문제가 됐던 인물은 없다.

이들 중 전통 뱅커를 꼽자면 강정원 전 행장, 민병덕 전 행장, 허인 전 행장 그리고 이재근 행장 등 4명이다. 나머지 3명은 모두 제각각의 길을 걸어왔다.

김정태 초대 행장은 증권맨 출신이다. 조흥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경쟁 없는 분위기가 싫다'며 증권업계로 넘어갔고 20여년 만에 은행권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세 번째로 행장에 오른 이건호 전 행장은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몸담아 학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행장 선임 당시 은행 근무 경력이 모두 더해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윤종규 전 회장 역시 잘 알려져 있듯 삼일회계법인 부대표까지 지낸 회계사 출신이다.

7명 중 2명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정태 초대 행장 역시 회계사 출신이다. 둘은 인연도 깊다. 윤 전 회장이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국민은행의 회계 컨설팅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그를 눈여겨본 김정태 전 행장이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 윤 전 회장을 영입했다.


◇내부 출신 3명, 주력 분야는 제각각

나머지 4명은 은행에서만 주로 근무했다. 셋 중 강정원 전 행장만 외부 출신으로 외국계 은행에서 경력을 쌓다 국민은행장에 '깜짝' 선임됐다. 그는 홍콩과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씨티은행 뉴욕 본사를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시대의 흐름을 잘 탔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무엇보다 '글로벌 감각'이 중시되던 때다. 금융권에 외국계 출신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당시 조흥·외환·제일·한미은행 그리고 국민은행까지 5개 시중은행의 행장이 모두 외국계 은행 출신 혹은 외국인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최근 10년 국민은행을 이끈 인물은 윤종규 전 회장, 허인 전 행장, 그리고 이재근 행장이다. 윤종규 회장이 2017년 겸직을 내려놓은 뒤 부행장 가운데 한 명이 행장에 오르는 게 자리잡았다.

허 전 행장과 이재근 행장 모두 내부 출신이지만 뿌리는 다르다. 허 전 행장은 장기신용은행(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 이 행장은 주택은행(2001년 국민은행과 합병) 출신이다. 전공 영역도 다르다. 허 전 행장은 출신에서 알 수 있듯 기업 영업에 특화해 있다.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이 소매금융 위주였던 국민은행에서 대거 떠난 것과 달리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국민은행 내에서는 몇 안 되는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재근 행장은 재무통으로 통한다. 행장 선임 직전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내긴했지만 주요 경력은 대부분 재무 쪽에서 쌓았다.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을 거쳐 국민은행에서도 재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에 몸담았다.

내부 출신 가운데 처음 행장에 올랐던 민병덕 전 행장은 확실한 영업통이다. 지점장 재직 시절 연봉의 20%를 자체적인 영업비용으로 쓸 만큼 영업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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