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이 되려면 어떤 경력을 갖춰야 할까. 답은 '무엇이든' 혹은 '아무거나'에 가깝다. 정해진 길은 없다. 출범 이후 16년 동안 모두 5명이 회장에 올랐는데 이들 사이 그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
◇역대 5명 회장, 학력·출신지역·경력 제각각 KB금융은 2008년 9월 설립돼 지금까지 모두 5명을 회장으로 맞았다. 황영기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제2대 어윤대 회장, 제3대 임영록 회장, 제4대 윤종규 회장 그리고 지금의 양종희 회장이다. 16년이라는 역사에 비해 회장 수가 적은 편인데 이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9년을 윤종규 전 회장이 이끌었다. 1~3대의 재직기간을 모두 더해도 윤 전 회장 한 명에 한참이나 못미친다.
이들은 모두 다른 길을 걸어왔다. 전공만 봐도 그렇다. 황영기 전 회장은 무역학과, 어윤대 전 회장은 경영학과, 임영록 전 회장은 국문과를 각각 졸업했다. 윤종규 전 회장은 경영학을, 양종희 회장은 국사학을 전공했다. 출신 학교 정도만 조금 겹친다. 양종희 회장까지 더해 5명 중 3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출신 지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를 넘나든다. 회장에 처음 선임됐을 때의 나이 역시 많게는 66살, 적게는 57살로 10살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
경력은 말할 것도 없다. 꾸준히 전문성 논란이 따라다녔던 데서 알 수 있듯 금융권과 상당히 거리가 있던 인물도 있고, 지금으로선 생각하기 어렵지만 다른 금융지주 출신이 와서 KB금융 회장을 지낸 적도 있다. 3대 회장까지는 모두 내부 출신이 아니다. 이 시기는 KB금융의 암흑기라고도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한' 외부 출신이 왔으니 공통점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었다.
전임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지만 윤종규 회장의 경력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 그는 삼일회계법인에서 부대표를 지내다 KB국민은행에 부행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회사를 떠났고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KB금융에 복귀했고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승계 프로그램 1호 양종희 회장, 전임과 큰 공통점 역시 없어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을 전후로 상당 부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승계 프로그램의 안착이다. KB금융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부회장 순환 보직 시스템을 정착시킨 곳이다. 유력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주요 부문을 번갈아 맡겨 전반적인 CEO 업무를 경험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경쟁과 평가가 가능토록 했다.
양종희 회장은 이 승계 프로그램이 낳은 첫 회장이다. 승계 프로그램의 안착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는 줄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과거 도무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면 이젠 일종의 '코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회장 선임 과정에서 추려진 '숏리스트'를 보면 은행에서 긴 시간을 보낸 뒤 주력 계열사로 이동해 대표이사를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그럼에도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예측이 쉽지 않은 편이다. 은행장에 오르면 차기 지주 회장 자리를 예약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다. KB손해보험,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등 각각 속해있는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계열사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들 계열사 대표이사의 위상이 은행장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 양종희 회장은 은행장 경력이 없다. 은행을 떠나있던 기간과 은행에 재직하던 기간에 큰 차이가 없다. 1989년 입행했고 지주가 출범한 2008년 지주로 이동했다.
윤종규 전 회장이 회계사 출신으로 재무에 정통했지만 양 회장은 그 어떤 '통'으로도 분류하기 애매하다. 흔히 전략통 혹은 재무통으로 분류되지만 이사회 사무국장 경험부터 시작해 전략, 재무뿐만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등 주요 영역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