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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빅뱅

'리더십 전환기' 책임진 이재근 국민은행장, 향후 거취는

①'새 출발' 양종희 체제 버팀목…연임 경력에도 5대 은행 최연소, 부회장제 폐지 변수

최필우 기자  2024-07-31 15:25:00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사진)은 다른 시중은행장과 달리 올해 연장된 임기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추가 임기를 받았다. 지주 리더십 전환에 맞춰 은행장도 교체되는 게 관행으로 통하지만 양 회장은 이 행장을 재신임했다.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양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말 그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이 행장은 연임 경력이 있음에도 1966년생으로 5대 은행장 중 가장 젊어 세대교체 필요성은 크지 않다. 전임 행장의 3연임 사례도 임기 추가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요인이다. 부회장제가 폐지되면서 이 행장 임기 만료 후 밟을 스텝이 없는 상황도 변수다.

◇세대교체 필요성 일축하는 '1966년생' 은행장

이 행장은 KB금융 내에서는 물론 은행권을 대표하는 세대교체 주자로 꼽힌다. 그는 2022년 KB국민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66년생으로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현 신한금융 회장, 1961년생),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생), 이원덕 우리은행장(1962년생), 권준학 NH농협은행장(1963년생)보다 2~5살 젋은 행장이었다.


현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재임 3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젊은 행장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1964년생,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1963년생,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1965년생,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1965년생으로 이 행장보다 1~3살 위다. 이 행장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퇴진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행장은 그룹 내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이른 나이에 행장에 오를 수 있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전사 경영 상황을 파악하는 안목을 키웠다. 이후 지주 재무기획 담당 상무,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등 지주와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행장이 되기 직전에는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영업을 진두지휘했다.

양 회장과 합이 맞았던 것도 지난해 임기 연장을 가능하게 했다. 양 회장과 이 행장은 주택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양 회장은 은행권에서 드물게 행장 경험이 없는 은행지주 회장이다. 현직 CEO로 KB국민은행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이 행장을 재신임해 그룹 경영진 리더십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었다.

양 회장은 은행장 승계 프로세스가 한창 진행 중일 오는 11월 임기 3년 중 1년을 마친다. 남은 임기 2년을 함께할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을 행장으로 내세우면 2년의 임기를 부여할 수 있다. 아직 젊은 행장으로 꼽히는 이 행장과의 동행을 이어나가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허인 전 부회장, 행장 3연임 전례…넥스트 스텝 '부회장' 직급은 폐지

은행권에서 은행장 임기는 통상 2~3년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첫 임기에 2년을 보장하고 이 기간 성과에 따라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 행장도 첫 임기로 2년을 받았고 1년의 추가 임기를 받아 재직 기간을 연장했다. 은행권의 전통적인 관행을 따를 경우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KB국민은행 전례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행장의 전임자인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 임기를 두 차례 연장했다. 2017년 11월 첫 임기 2년을 받았고 이후 1년 씩 두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이 행장에게도 추가 연임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부회장제가 폐지된 것도 이 행장의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KB금융은 앞서 3인의 부회장을 둬 차기 회장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양 회장을 선임했으나 폐쇄적 승계 시스템이라는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고 부회장 직급을 없애야 했다.

부회장 세 자리 중 하나는 성공적으로 은행장 커리어를 마친 인물의 몫으로 여겨졌다. 허 전 부회장이 은행장 경력을 바탕으로 부회장이 됐고 지주 회장에 도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부회장 제도가 폐지되면서 행장 경력 이후 올라설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행장에서 물러나면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 구조다.

KB금융 입장에서는 젊은 CEO로 그룹 전략 자산인 이 행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임기를 최대한 늘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허 전 부회장 연임 때와 달리 부회장 제도가 폐지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2년의 임기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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