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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빅뱅

'리딩뱅크' 수성한 이승열 하나은행장, 재무관리 과제 남았다

②취임 첫해 함영주 회장 지원 바탕 순이익 1위…2년차는 '재무통' 본인의 시간

최필우 기자  2024-08-07 13:41:10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은 리딩뱅크 지위를 사수하며 영업 경험이 많지 않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전임 행장에 이어 시중은행 연간 순이익 1위에 오르며 영업력에도 부족함이 없음을 입증했다. 지주 CEO에 오른 뒤에도 이 행장과 영업 일선에서 뛰어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조력이 바탕이 됐다.

임기 2년차는 이 행장의 시간이다. 2022~2023년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던 하나은행은 올들어 소프트랜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자산 성장보다 관리를 중시하겠다는 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재무 전문가로 급속한 자산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틀을 만드는 게 이 행장의 남은 과제다.

◇전임자 호실적 부담 컸지만…역대 최고 순이익 달성

이 행장 취임 첫해인 2023년 하나은행은 순이익 3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3조958억원에 비해 3808억원(12%) 증가한 금액이다. 하나은행 사상 최대 순이익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취임할 때만 해도 실적에 큰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전임 행장인 박성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시중은행 1위에 오른 이듬해 취임했기 때문이다. 리딩뱅크 반열에 오르면서 행내 분위기가 고무됐고 순이익 1위 사수와 실적 개선에 대한 그룹 내 기대감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영업력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 행장은 외환은행 소속이던 2012년 관리자로 승진한 뒤 줄곧 본점 조직에서 근무했다. IR팀장, 경영기획부장, 경영기획그룹장, 그룹재무총괄 등을 역임해 재무 분야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영업에 특화된 다른 시중은행장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 행장은 취임 후 행 안팎의 우려를 보란듯이 일축했다. 함 회장과 투톱으로 영업 일선을 누비며 핵심 고객 유치를 주도했다. 영업 관련 이력이 많지 않았을 뿐 영업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 상반기에는 순이익 1조75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조8390억원에 비해 881억원(5%) 줄어든 금액이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기업금융 경쟁에 있어 존재감이 여전하지만 고삐를 당기던 2022~2023년에 비해 영업 강도를 낮추고 있다. 함 회장이 올해 성장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행장도 그룹 전략에 발을 맞췄다. 전년도 순이익 경신은 이 행장의 올해 주요 아젠다로 보기 어렵다.


◇CFO 출신 CEO, 진가 발휘할 시간

함 회장 체제에서 하나은행은 자산 성장 속도를 늦추는 대신 지속가능성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행장은 2년차인 올해 주요 재무지표를 관리하면서 향후 하나은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행장이 본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행장은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이었던 시절 CFO로 3년간 재직하면서 재무 전문가로 활약했다. 외환은행 합병 직후였던 이 시기 하나은행은 자본비율을 대폭 개선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행장은 올해 CEO로 하나은행의 재무 구조를 추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 행장 체제에서 하나은행은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을 준수하게 관리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5.32%로 지난해 말 16.06%에 비해 낮아졌으나 그룹 자본비율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연체율을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오름세이지만 지난 2분기 0.27%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2~2023년 강도 높은 기업금융 영업으로 늘린 대출 자산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기간 늘어난 중소기업 고객 중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기업 고객의 경우 법인 대출과 연계된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으로 수익성을 끌어 올려야 그간의 영업을 통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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