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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합병 스토리

원충희 기자  2024-07-29 14:45:22

편집자주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셀트리온의 시작

1.1. 셀트리온 합병설 솔솔

1.2. 서정진 회장의 고뇌

2. 분식회계 논란

2.1. 부메랑 된 제조-판매 이원화 구조

2.2. 증선위의 결론

3. 전격적인 합병 결단

3.1. 관건은 주식매수청구권 1조

3.2. 합병을 위해 내세운 비전

3.3. 국민연금 기권에도 통과

4. 합병 그 후의 변화

4.1. 재계 순위 13계단 점프

4.2. 자기자본 4배 이상 팽창

4.3. 영업권 11조원 폭증

최초 문서 작성일 : 2024년 7월 29일

1. 셀트리온의 시작접기



국내 대표 바이오 제약기업 셀트리온의 실질적인 시작은 1991년 2월 동양연구화학이다. 1998년 8월 폴리염화비페닐(PCB) 제조공정용 약품 제조를 개시한데 이어 2000년 7월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해 8월 신한은행에 의해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2008년 8월 생명공학회사인 셀트리온을 흡수합병한 뒤 셀트리온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PCB약품 사업부문은 물적 분할, 그 해 12월 오알켐을 설립했다. 2010년 11월부터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홀딩스와 사업부문(셀트리온헬스케어)으로 인적 분할하면서 셀트리온홀딩스가 설립됐다.


홀딩스 산하로 셀트리온(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 셀트리온헬스케어(글로벌 판권 보유), 셀트리온제약(합성의약품 개발 및 생산,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권 보유) 등의 자회사가 편제됐다.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를 출시하며 수익기반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도 셀트리온 그룹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완료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노는 물이 달라졌다.

1.1. 셀트리온 합병설 솔솔접기



2000년대 초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사업에 뛰어든 초기에는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셀트리온(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과 셀트리온헬스케어(글로벌 판매), 두 회사가 각각 생산개발 및 유통판매의 축으로 역할을 분할함으로써 리스크를 나눠 짊어지게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만든 제품의 판권을 갖고 의약품을 공급받음으로써 셀트리온의 제품 판매 리스크를 부담했다. 또 대규모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두 법인으로 나눠져 있는 구조가 자금 조달에도 용이했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의 파트너 기업 또는 투자자들이 져야했던 리스크를 헬스케어가 분담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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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운영됐던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장 추진이 본격화되던 때부터다.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거래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할 방안으로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상장시키고 합병할 것이란 얘기가 솔솔 나왔다.

1.2. 서정진 회장의 고뇌접기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셀트리온의 뒤를 이어 코스닥에 있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17년 코스피로 넘어온 후 셀트리온의 합병설엔 더욱 불이 붙었다. 뜨거운 이슈였던 만큼 매년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주총회 때마다 합병설이 등장했다. 서정진 회장의 입장도 구체화됐다. '주주들이 원하면'이라는 단서가 항상 붙었으나 점차 세금 이슈를 비롯한 일정 계획 등이 세밀해졌다.

서 회장 입장에선 세금 이슈가 있었다. 셀트리온이 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면 신설법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구주를 받는 대신 새로 신주를 발행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때 양도세 이슈가 발생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인 서 회장은 자신의 지분 35.6%를 신설 셀트리온에 넘기게 된다. 서 회장이 말한 1조원의 양도소득세는 이 지분에 대한 세금으로 합병법인의 신주를 받는 대가로 헬스케어 지분을 양도하는 절차에서 소득세를 내는 개념이다. 받는 대가인 합병신주의 총 가치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의 최초 취득가격의 차이 만큼이 세금부과 대상이다.

서 회장이 합병안에 대한 일정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2022년 초다. 그 해 주총에서 올해 3~4분기 내에 합병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만이 아닌 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이 언급됐다.

계획은 현실이 됐다. 지주사 중심 합병구상을 공개했고 2023년 말까지 그룹 지주사 체제 구축을 못 박았다. 셀트리온 그룹 및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세금 이슈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대규모 재고자산 등의 문제를 합병을 통해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어 실익이 큰 부분이다.


다만 서 회장이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마다 붙이는 '주주들이 원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던 것처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주주들의 입장이 다를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아무리 합병의 실익이 커도 주주들의 반대가 크면 합병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당시 셀트리온, 헬스케어, 제약의 시가총액은 각각 35조원, 13조원, 4조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매우 컸다. 그만큼 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 또한 막대하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은 물론 감독당국의 입장에서도 3사 합병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됐다.

2. 분식회계 논란접기



2.1. 부메랑 된 제조-판매 이원화 구조접기



그러던 중 2022년 셀트리온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감리 절차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해 서정진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셀트리온제약만 셀트리온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며 수직화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은 '내부거래'에 기인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자산 평가를 제대로 했느냐는 결국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해 쌓아올린 재고가 적정했느냐를 따지는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그룹의 핵심은 셀트리온과 헬스케어, 제약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및 생산한 램시마 등의 의약품을 헬스케어와 제약을 통해 해외와 국내시장에 유통한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곧 헬스케어와 제약의 매출이 된다.

국제회계기준(IFRS) 하에서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내부거래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은 내부거래를 제거할 유인이 없었다. 서 회장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회계상 내부거래로 인식되지 않았다.

지배구조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같은 그룹 안에 있어도 지분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전혀 다른 회사였다. 상호간 유의미한 지배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도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판매제품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으로 모두 셀트리온이 개발 및 생산한 제품이지만 셀트리온으로부터 쌓은 매출을 제거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상 그룹에서 발생한 매출은 셀트리온 매출이 대부분이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발생한 매출까지 더해지면서 회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게 업계의 오랜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셀트리온의 별도매출은 1조6898억원,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의 전체 매출은 총 4조1308억원이다.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연결 매출이 1조627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실적이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 과대계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지만 회계기준 및 지배구조를 제재할 순 없었다. 그러나 내부거래 의혹은 재고자산이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2020년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서 매입한 재화는 총 1조3632억원이다. 매출원가가 총 1조613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으로부터 받은 재화를 거의 그대로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10년 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매출대비 재고자산은 물론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재화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게 드러난다. 2011년 매출액은 316억원에 불과했지만 재고자산은 4030억원,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재화는 2862억원 규모였다.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보다 10배 이상의 재화를 셀트리온에서 매입하며 재고자산을 쌓아올렸다.

2014년 매출액이 1670억원에 불과했지만 재고자산은 1조1739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도 셀트리온으로부터 2775억원의 재화를 매입했다.

금융당국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제약이 셀트리온으로부터 이렇게 매입한 재화를 적정하게 평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 봤다. 재고자산 평가는 매년 감사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재화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내용연수가 완료되면 이를 재고자산손실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손실을 감추면서 셀트리온으로부터 계속 재화를 매입하며 재고자산을 쌓았다는 의혹이 분식회계를 좌우할 쟁점이었다.

2.2. 증선위의 결론접기



분식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는 2022년 3월 제7차 임시 증선위를 개최, 셀트리온 등 3개사의 감리결과 조치안을 심의한 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하 셀트리온그룹)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결론냈다. 행정처분으로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지정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임직원 검찰 고발·통보 조치는 없었다. 더불어 셀트리온그룹은 주식거래정지 위기를 모면했다.


감리를 맡은 금융감독원에서는 셀트리온그룹이 고의로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과소계상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결기구인 증선위는 이례적으로 개선과제까지 제시하면서 주식거래 정지 자체는 회피했다. 증선위는 통상 사업보고서 등 조사 감리결과만 내놓는다.

다만 증선위는 셀트리온에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징계를 내리면서 회계정책 및 내부회계 관리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이 된 게 내부거래를 활용한 매출 과대계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이 개선을 요구하면서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3. 전격적인 합병 결단접기



셀트리온그룹은 2023년 8월 17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3사 합병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합병 절차는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한다. 당초 합병 대상으로 함께 거론된 셀트리온제약은 이번 결정에서 제외됐다. 첫 번째 합병을 마친 후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에게 합병 셀트리온의 신주를 발행, 교환하는 방식이다. 주당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0주를 배정했다.

관건은 주식매수청구권이었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과도하게 청구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셀트리온이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만7251원이다. 양사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원이다.

3.1. 관건은 주식매수청구권 1조접기



회사에선 1조원이면 충분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내부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원을 초과할 경우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 해 9월 셀트리온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단기신용등급을 A1으로 신규 평가받았다.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등급이다. A1은 단기물 등급 중에서 최고 등급이었다. 단기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고려한 행보다.

셀트리온은 그간 시장성 조달을 선호하는 기업은 아니었다. 게임, 바이오 등 신제품(신약·신작) 흥행성과 장래성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업권이 그렇듯 셀트리온도 주가가 좋을 때 에쿼티 기반의 조달을 하는 업체다.

이 또한 2008년 오알켐과 합병할 때와 2018년 상장할 때 유상증자를 진행한 정도뿐이다. 회사채의 경우 2013년 2월 3264억원 규모 해외 CB를, 2015년 6월 1120억원 규모의 해외 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들 모두 순수 신용도에 근거한 게 아니라 주가와 연계된 메자닌이다. 이들 채권은 2016년 중 상환과 전환이 완료됐다.

그 이후에는 시장성 조달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셀트리온이 많은 외부조달 방식 중 은행권 차입을 가장 선호한다. 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4800억원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큰 대주는 산업은행이다.

셀트리온이 CP를 새로운 조달수단으로 마련해둔 것은 당시 진행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때문이다. 그 해 상반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을 보면 셀트리온이 5922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509억원이다.

자금여력은 충분한 듯 보이지만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안 되는 만큼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수 있다. 단기신용등급을 받은 것도 금융권 차입 외 추가 조달수단을 마련키 위한 행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합병의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및 향후 미래성장 발판 마련의 일환으로 장·단기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신용평가는 여러 옵션중 하나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3.2. 합병을 위해 내세운 비전접기



셀트리온 측은 3사 합병이 마무리 되면 매출 4조원에 달하는 대형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합병법인의 매출과 이익 구조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우선 원가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마련한 추가 재원을 신약과 신규 플랫폼 개발에 쏟겠다는 구상이었다.

합병법인은 2030년 매출 12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서정진 회장은 "2025~2026년 그룹 에비타가 30% 이상씩 증가할 것"이라며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이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워 2030년까지 총 22개 제품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어 "자체 개발이나 기술도입 등을 통해 신약 비중 역시 매출의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판매망의 경우 이미 전 세계 직판 체계를 완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셀트리온그룹이 이미 방대한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서 회장은 "라이선스인이나 인수합병(M&A)를 통한 자체 신약 개발에도 주력하지만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도 집중 투자하려 한다"며 "분석, 진단, 원격의료 등으로 진출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투자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합병 후 주주가치를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 회장은 "합병을 한 뒤 현금배당을 늘려 궁극적으로 이익의 30%를 배당하는 기업이 되겠다"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통합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했다.

투자와 관련해선 "필요하다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대한 투자에도 나설 것"이라며 "4공장 투자를 검토할 수도 있고 이를 짓는다면 매출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자체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3.3. 국민연금 기권에도 통과접기



2023년 10월 셀트리온그룹의 합병 계획은 주주총회 관문을 넘어섰다. 합병은 특별결의에 속하는 만큼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성비율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두 95% 이상에 달했다.

찬성 비율이 높았던 건 한국ESG기준원,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합병 찬성을 권고하고 셀트리온 소액주주 연대도 합병계획안 승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해외·기관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이에 응하며 순조롭게 합병 계획안이 통과됐다.

셀트리온 지분 7.43%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기권표를 던졌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반대표나 다름없었다. 서 회장은 주총장에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겨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 내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을 포함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합병에 차질을 빚을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4. 합병 그 후의 변화접기



4.1. 재계 순위 13계단 점프접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통합은 재계순위에도 영향을 줬다. 셀트리온의 덩치만 큰게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 외형이 확대됐다. 2024년 5월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셀트리온그룹은 전년(32위) 대비 13계단 뛰어올라 19위에 안착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끌어안는 과정에서 영업권 인수 등 시가평가 가액이 반영되면서 비유동자산이 급증한 덕분이다.

순위를 결정하는 공정가치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2023년 말 기준 셀트리온그룹의 공정자산은 25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해인 2022년 말 15조1320억원에서 70% 확대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도 역할을 한 셈이다. 양사가 합병할 때 영업권 등 무형자산을 취득하면서 비유동자산이 급증했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업가치가 기존에는 장부금액으로 반영됐지만 합병 과정에서 주가기준으로 재평가하면서 크게 확대될 수 있었다. 결국 시가기준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그룹 덩치가 커진 셈이다.

셀트리온은 사업보고서상 2022년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5조9000억원이었다. 합병 후인 2023년 말에는 자산총액이 19조9175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14조원 불어났다. 양사는 서로 간 지분관계가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단순 합산으로 셀트리온 자산 5조60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3조5000억원으로 통합 셀트리온 자산총액은 9조1000억원이 된다.


그러나 통합 셀트리온의 경우 영업권 7조원대, 공정가치평가차액 등 약 3조원이 더해지면서 단순합산보다 10조원 이상 불어난 자산규모가 됐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사업결합에서 총이전대가로 시장에서 주가로 정해진 주식가액을 책정했다. 약 14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회계법인 평가를 받은 식별가능한 순자산공정가치는 7조2000억원 정도, 영업권이 7조4000억원이었다. 늘어난 셀트리온그룹의 자산총액 중 비유동자산이 14조9082억원으로 74.85%를 차지했는데 그 중 절반이 영업권인 셈이다.

4.2. 자기자본 4배 이상 팽창접기



셀트리온의 합병 전인 2023년 9월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4조48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조689억원이다. 두 회사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법인의 자본은 대략 6조원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2023년 12월 28일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합병등)에서는 합병법인의 자기자본을 6조4554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합병법인(셀트리온)과 피합병법인(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23년 반기말 별도재무상태표 기준으로 단순 합산 후 내부거래를 제거해 산출됐다. 합병 후 재무상태표의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은 합병비율을 고려해 책정됐다.

하지만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서 나온 실제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19조9175억원이다. 예상치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나머지 13조원 가량의 자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두 회사의 합병이 상장사 간 흡수합병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 통합법인 신주를 교부해야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정가치(합병기일 전일의 종가기준)를 산정하고 교환비율을 도출했다. 교환비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 1주당 합병기업의 보통주 0.4492620주로 정해졌다.

이렇게 총 7388만7750주의 통합법인 신주가 발행·교부됐다. 주식이 새로 발행된 만큼 회계원리상 자본에 반영해야 한다. 총 발행보통주식수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가진 자사주(400만9323주)를 제외한 합병법인 신주 6987만8427주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교부됐다. 발행신주의 공정가치는 총 13조2629억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자본잉여금 항목인 주식발행초과금에 13조원이 들어온 것이다.

4.3. 영업권 11조원 폭증접기



합병 셀트리온의 2023년 말 연결기준 무형자산은 13조3361억원으로 총자산(19조9175억원)대비 67%에 이른다. 통합 전(2023년 9월 말) 셀트리온의 무형자산은 1조6386억원으로 전체 자산(6조5551억원)의 25% 수준이었다.

합병 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무형자산이 1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통합 과정에서 11조원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이 1조1078억원에서 1조2145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비교할 경우 무형자산 증가 폭이 유독 크다.


무형자산은 소프트웨어, 영업권, 개발비, 판매권, 회원권 등을 뜻한다. 합병 전 셀트리온은 개발비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권의 비중이 컸다. 셀트리온의 경우 개발비가 1조3492억원으로 무형자산 총액의 82%,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권 등이 65.6%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 전 역할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제제 복제약) 반제품 및 완제품을 만들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공급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들인 반제품 및 완제품을 전 세계로 판매하거나 중간 가공을 거쳐 완제품으로 만든 뒤 판다. 생산부서(셀트리온)와 판매부서(셀트리온헬스케어) 격이다.

그러나 통합 후에는 영업권이 11조4754억원으로 급증했다. 권리금처럼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으나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초과수익력을 갖는 배타적 권리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전대가와 피합병기업 순자산 간의 차액이 경영권 프리미엄 등 영업권으로 인정돼 자산에 반영된다.
  • [1] 2008년 8월 오알켐이 셀트리온을 흡수합병한 뒤 코스닥에 우회 상장됐다. 합병비율은 셀트리온 기준 1대 0.3436968.
  • [2] 온갖 루머와 각종 민원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고 판단한 소액주주들이 상법의 주주총회 소집요건인 3% 지분을 맞춰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요구했다. 2017년 9월 29일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요건인 코스피 이전상장 안건이 소액주주들의 몰표로 가결됨.
  • [3] 통상 상장사 대주주의 양도소득세율이 25%(과표 3억원 초과)다.
  • [4]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누적된 재고자산을 저가법으로 평가해 기존 장부금액과 하락한 시가만큼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아 재고자산평가손실을 과소계상하였다는 것.
  • [5]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과실은 있었으나, 고의로 인한 분식회계는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내렸다. 아울러 금감원의 감리기간 제한(1년), 회사의 방어권 향상 필요 등의 증선위 의견을 이끌어 내어 당국의 감리 기준에 대한 변화를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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