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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통합 셀트리온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17조원에 이른다. 합병 전 자본이 4조원 남짓,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3조원이 갑자기 나타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통합법인 신주 교부를 위해 공정가치 평가를 한 게 자본항목에 반영됐다. 다만 이는 현금유입이 없는 자본 확충이었다.
셀트리온의 합병 전인 작년 9월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4조48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조689억원이다. 두 회사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법인의 자본은 대략 6조원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지난해 12월 28일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합병등)에서는 합병법인의 자기자본을 6조4554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합병법인(셀트리온)과 피합병법인(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23년 반기말 별도재무상태표 기준으로 단순 합산 후 내부거래를 제거해 산출됐다. 합병 후 재무상태표의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은 합병비율을 고려해 책정됐다.
하지만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서 나온 실제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19조9175억원이다. 예상치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나머지 13조원 가량의 자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두 회사의 합병이 상장사 간 흡수합병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 통합법인 신주를 교부해야 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정가치(합병기일 전일의 종가기준)를 산정하고 교환비율을 도출했다. 교환비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 1주당 합병기업의 보통주 0.4492620주로 정해졌다.
이렇게 총 7388만7750주의 통합법인 신주가 발행·교부됐다. 주식이 새로 발행된 만큼 회계원리상 자본에 반영해야 한다. 총 발행보통주식수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가진 자사주(400만9323주)를 제외한 합병법인 신주 6987만8427주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교부됐다. 발행신주의 공정가치는 총 13조2629억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따라 자본잉여금 항목인 주식발행초과금에 13조원이 들어온 것이다.
셀트리온의 자산이 갑자기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말 연결기준 총자산은 19조9175억원으로 9월 말(6조5551억원) 대비 3배 늘었다. 총부채가 2조750억원에서 2조7917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 만큼 자본 팽창이 자산을 큰 폭으로 부풀렸다.
합병 과정에서 이뤄진 자본 확충은 부채비율 등 레버리지 지표를 개선시켰다. 셀트리온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작년 9월 말 46.3%에서 12월 말 16.3%로 하락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13.6%에서 9.5%로,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11.8%에서 9%로 떨어졌다.
다만 이는 장부상의 자본 확충일 뿐 실제로 현금이 유입된 것은 아니다. 작년 말 기준 통합 셀트리온의 현금성자산은 7575억원이다. 합병 전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셀트리온의 현금보유량은 4044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4001억원이다. 두 회사 합친 수치에서 작년 4분기 중 현금유출입을 감안하면 거의 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