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3년 전부터 시작된 하락세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52주 최저가인 9만6100원까지 떨어진 후 15거래일 만에 다시 장중 11만7000원까지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이번 반등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120일 저항선의 극복 여부입니다. 앞서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올 1월에도 11만6000원에서 20% 이상 치솟으며 14만원까지 반등했지만, 결국 120일 저항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연일 하락세를 이어간 바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주가에서 120일 저항선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처음으로 저항선 밑으로 떨어진 주가는 이달까지 6번 밖에 돌파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120일 저항선은 주가의 중장기적 흐름을 판단하며, 하회할 시 경기 전망이 암울하고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를 대변합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회복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순매수한 거래일은 32일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중국발 물량 공세로 판가가 무너지며 실적 부진이 올해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된 탓입니다.
◇Industry & Event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적자에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하고 신성장 사업의 육성·강화에 자원을 집중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저하로 2년째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업손실은 2022년 7626억원과 지난해 3477억원을 거둬 2년 만에 1조원을 넘었습니다. 올 1분기에도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기초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이 큰 탓입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 매출 비중은 80%에 달했습니다. LG화학이 30%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과감한 사업 재편을 시사했습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해 고부가가치 신사업에 집중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히 기초화학과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해 자산 매각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선제적으로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사업 규모를 키울 계획입니다. 두 사업은 실적 부진에도 1분기 각각 444억원, 1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전지소재 사업도 음극박·양극박 중심으로 육성해 추가적인 사업 확대도 모색할 전망입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소재의 수익성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실적 개선의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최근 한 달간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네 곳입니다. 그중 한 곳은 목표주가를 처음으로 10만원 밑으로 평가했습니다.
목표주가를 가장 크게 낮춘 곳은 키움증권입니다.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시장수익률은 매수와 매도의 중간 단계로, 사실상 '중립' 의견으로 해석됩니다. 목표주가도 12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크게 낮췄습니다. 키움증권은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이 올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분기 원재료인 납사 대비 에틸렌 마진은 전 분기 대비 13% 상승했지만, 톤당 200달러 이하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프로필렌 마진도 15% 감소해 수익성이 떨어진 실정입니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도 저평가 상황으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모두 낮췄습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PBR은 0.29배로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순차입금 증가 속도와 설비투자(CAPEX) 비용을 고려할 시 재무구조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SK증권은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의 구체화된 경기 부양책이 제시되며, 외국인 투자 확대 등 수요 측면의 개선 요인이 포착돼 하반기 실적 개선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화학제품 수급상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초 아시아 지역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이 80% 수준에 근접해 수급 측면에서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롯데케미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낙선 상무(사진)입니다. 그는 1972년생으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성 상무는 2018년 화학BU담당 상무보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0년부터는 첨단소재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았으며, 2021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첨단소재 경영전략부문장과 안전보건부문장을 겸임하던 그는 올해부터 롯데케미칼의 CFO로 임명됐습니다.
더벨은 롯데케미칼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성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기업설명회(NDR) 일정으로 직접적인 멘트를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주가 변동폭이 큰 이유에 대해 묻는 말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지만, 최근 석유화학 시황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증권업계 보고서가 다수 발간되며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목표주가 하향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실적 개선 속도와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단기적인 사업 재편 방향성을 묻는 말에는 "기초화학을 넘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 사업으로 재편, 전략 방향을 따로 재정립해 거버넌스 최적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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